왼쪽부터 이종범, 안경현, 전준호

◆기아 이종범

꼭 무슨 허깨비가 대신 움직이는 것 같다. 기아의 '바람' 이종범이 유례없는 악재에 시달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13일 현재 2할7푼3리(128타수 35안타 3홈런 14타점 7도루). 최근 6경기(1할5푼4리)를 살펴보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지만 자잘한 부상이 예고없이 찾아올 때마다 성적도 함께 하향곡선을 그렸다. 개막 직후 스트레스성 목 통증에 덜미를 잡혀 고생했고, 곧이어 눈 다래끼가 집중력을 흐트러놓았다.

최근에는 눈이 침침해져 안과를 찾았고, 근시 판정을 받았다. 지난주 갑자기 등에 통증 기미가 보이더니 주말 또다른 불청객 감기몸살이 찾아왔다.

마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줄지어 찾아오는 악재 탓에 이종범의 몸 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다.

몸 관리 소홀의 책임은 온전히 이종범의 몫. 하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불운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 스포츠조선 민창기 기자 huelva@ >

◆두산 안경현

두산 안경현(32)이 지난 13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지하 실내연습장에서 홀로 땀을 흘렸다. 네살배기 아들 준이가 동행했다.

13일은 월요일이어서 경기도, 훈련도 없는 휴식일. 그러나 안경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팀이 최근 5연패에 빠졌기 때문. 지난해부터 한 번도 당해본 적이 없는 수모였다.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내심 쉬운 상대로 여겼던 롯데, 한화에 당한 것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5연패하는 동안 개인 성적은 좋았다. 손등 부상으로 결장한 8일 롯데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4게임서 맹타를 휘둘렀다. 18타수 8안타(0.444). 11일 한화전에선 시즌 1호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의 연패 앞에서 개인 기록은 내세울 게 못됐다. 2년 연속 주장으로서 어깨도 무거웠다.

안경현은 이날 아들 앞에서 각오를 다졌다. 피칭머신에 볼을 넣어줄 사람이 없어 러닝과 스윙연습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땀을 흘리며 마음 속으로 외쳤다. "준아, 아빠를 믿어다오."

<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 dada@ >

◆현대 전준호

'하나만 더 훔쳐라'

현대 외야수 전준호(33)가 통산 2번째 12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에 1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 12일 마산 롯데전에서 6회 내야 땅볼로 출루해 2루를 훔치며 33경기만에 시즌 9호째를 기록한 것.

시즌 초반 "10개 정도의 도루는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내에도 해낼 수 있다"며 자신했던 전준호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경기에서 6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도루는 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뷔 초에는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빠른 발만 믿고 뛰었다면 이제는 스피드보다 센스로 루를 훔친다. 상대 투수의 습관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

올시즌 전준호의 목표는 12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에 이어 전대미문의 400도루 고지를 밟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1일 수원 롯데전에서 이순철이 보유했던 통산 최다도루(371개)를 경신했던 전준호는 현재 통산 393개의 도루를 성공해 7개만을 남겨둔 상태다. 전준호는 빠르면 이번 달 , 늦어도 다음 달에는 400도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도루에 관한 모든 기록에서 가장 앞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는 것이 전준호의 프로 생활 최대 바람이다.

< 스포츠조선 정혜정 기자 base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