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외국공관으로 진입하는 탈북자들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서
'기획망명'이라 불린다.

기획의 주역들은 탈북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행동요령을 알려주며,
국제 언론도 적절히 활용한다. 이들의 활동은 탈북자 문제를 세계적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조직이나 자금
등에서는 '영세 규모'에 불과하다.

작년 길수가족 망명으로 기획망명의 첫문을 연 '길수가족 구명운동
본부'는 활동가가 3명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25명이 진입한 사건에 관여했던 민간단체들도 대부분 '1인
단체'들이다. 이번 '선양(瀋陽)사건'을 주도한 단체도 2~3년 전부터
중국내 탈북자들을 지원해 온 한 활동가가 주도하는 소규모의 단체였다.

국내외에서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개인과 20여개
단체들은 작년부터 '피랍·탈북자 인권연대(대표 이서 목사)'를 결성해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망명은 '연대'
차원에서 추진되지는 않으며, 각 개인이나 단체가 주도한다고 한다. 이서
목사는 "12일의 캐나다 대사관 망명은 지원자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외부 지원 없이 탈북자 2명의 개별적 결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망명의 성공 열쇠는 국제 언론의 힘이다. '25명 스페인 대사관
망명'을 미국 CNN방송과 AP통신이 먼저 보도한 반면, 이번 선양사건은
사전 준비단계부터 한국의 연합뉴스와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사가
취재했다. 특히 아이를 업은 여성이 중국 경찰에게 끌려나오는 처절한
장면이 생생하게 방영돼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론을 크게
움직였는데, 이것은 교도통신 기자가 일본 총영사관 맞은 편 건물에서
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