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로 일약 유명해진 김을분 할머니가 시골집을
떠난다는 소식이다. 올해 일흔일곱의 김 할머니는 충북 영동의
지통마 마을에서 호두농사를 지으며 홀로 살았다. 여덟가구에 거의가
노인들뿐이던 외딴 산골에 어느날 수십명의 촬영진들이 들이닥치면서
마을은 장터처럼 북적였다. 더욱이 3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김 할머니는 유명인이 됐고, 지통마 마을은 단번에 명소가 되었다.

▶영화는커녕 영화 한편 보지 못했다는 김 할머니는 대종상 신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산골에서 농사짓던 할머니가 스타로 떴다는
것은 분명 화제다. 그러니 매스컴들이 그를 가만둘 리가 없다.
할머니는 인터뷰 공세와 방송출연을 마다하지 않고 젊은이들도 겪기
힘든 유명세를 톡톡히 참아냈다. 그런데 떼돈이나 번 줄 알고 낯선
사람들이 기웃거리면서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는 것이다.

▶아들 내외와 손녀 등은 지난 어버이날 가족회의를 열어 할머니를
영동 집에서 더 이상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
근교에 모실 집을 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결정을 내리고
가족들이 펑펑 울었다니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열일곱에 시집와 60평생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야 할 할머니의 처지가 안쓰럽다.

▶김 할머니의 이번 일은 2년 전의 '산골 소녀 영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오지의 산속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영자의 이야기가
TV로 방영된 후 영자는 세파에 휩쓸렸다. 바깥 세상의 추한 꼴을
겪기도 했지만, 돈에 눈먼 강도에게 아버지를 잃는 '보상받지 못할
비극의 주인공'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영자는 세상을 등지고 절로
떠났지만 영자의 세상속 체험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김 할머니 가족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출연료를 받았을
뿐이라는데 영자네처럼 돈많이 번 줄 알고 여기저기서 기웃거린다니
사고를 염려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매스컴을
타면 때가 묻게 마련인데 김 할머니와 지통마 마을이 그런 경우다.
그 때문에 집을 등져야 하는 할머니네 속사정도 모르고 철도청은
'집으로…' 촬영지에 관광열차를 운행하겠다고 나섰다. 탓하는
얘기가 아니라 인파가 몰리면 예전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미디어의 영향력과 책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