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수학의 한 획을 그은 천재 수학자 괴델.

●괴델

존 캐스티 등 지음 /
박정일 옮김 /
몸과 마음 /
1만2000원

'타임'지가 밀레니엄 특집호에서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쿠르트
괴델을 지목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증명'이 20세기 수리 논리학의 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1931년 괴델이 '참이지만 참이라고 증명할 수 없는 수학적 명제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을 때 그것은 마치 북극의 매서운 돌풍처럼
수학계를 강타했다. 문제는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에
불과하고 우리들 중 대부분은 그 증명을 이해하기는커녕 괴델이 도대체
누군지조차 모른다는 데 있다.

수학적 정리를 증명하는 일은 희귀종인 수학자들에게마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천재 괴델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여 우리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의 물결로 출렁이게 한다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들은 바로 이
점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이 최초의 괴델 전기는 아니다.
그리고 앞서 나온 전기들이 형편 없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괴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상당히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아
왔다. 그러나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가 있었다. 괴델의 삶이 그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선명하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빈 자리를 상당히 채워준다는 데 이 책 저자들의 성공
비결이 숨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말이 쉽지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가 체중 27㎏로 굶어죽은 괴짜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동료였고 오늘날 세상을
바꾸고 있는 첨단 인공지능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 따위를
어떻게 쉽고도 설득력 있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들의 전략은 절묘하다.
한편으로 그들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모든 참인 진술은 증명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그들은 모든 초콜릿
케이크 각각에 대한 조리법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로 녹여 버린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사조를 논의한다든가 최근
인지과학의 여러 분야에서의 불꽃튀는 쟁점들을 소개함으로써 더 큰 맥락
안에서 괴델을 바라볼 수 있게 배려하였다.

논리학, 수리철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괴델은 여전히 살아 우리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생애의 후반부에 그는 라이프니츠, 칸트, 후설
등을 탐독하며 철학에 심취했다. 따라서 그가 남긴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이 최근 종교철학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장차 다양한
철학의 분야에서 변주될 철학자 괴델 찬가의 서곡에 불과하다.

수학도에서 철학도로 변신함으로써 괴델의 삶을 닮고자 애쓰는 역자 덕에
우리는 안심하고 정말 쉽고 재미있지만 학술적 수준에서도 탁월한 명저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신세대의 감각에 걸맞는 이 깔끔한 책은 '인간의
정신은 모든 수학적 직관을 기계화할 수 없다'는 괴델의 견해를
인용함으로써 끝난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무제한성을 입증한 괴델에
대한 가장 적절한 찬사로 보인다. 외로운 천재는 우리 모두를 뜨겁게
사랑했던 것이다.

( 박우석·카이스트 인문사회학부 교수·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