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이 다가오나? 거리에 벌써 연등이 걸렸다. 흐린 물에서 피는
꽃, 연꽃이 보고 싶다. 연꽃을 보면 흐린 마음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사람에게는 욕구가 있다. 생리적 욕구, 소속의 욕구, 인정의 욕구와
아울러 자아 실현의 욕구도 있다. 먹고 자고 자라나서 돈 벌고, 어딘가에
속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는 인생, 세상은 그런 다양한
욕구들로 움직이지만 욕구는 충돌하기도 하고 자신을 높은 곳으로
들어올리기 위해 남들을 짓밟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심과 시기심과 적의,
지긋지긋한 음모론, 아수라지옥이 따로 없다. 그리고 아수라의 높은
곳에서는 영원히 의자에 앉아 있을 것처럼 자리를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높은 곳에는 무엇이 있는가? 자유인가? 아름다움인가? 선인가?

이상하게도 이 나라의 상층권에서는 구름 냄새가 아니라 부패의 냄새가
난다. 두엄 냄새와는 또다른 냄새, 속을 뒤집어놓는 고약하고 역겨운
냄새, 하필이면 같은 땅 동시대를 살면서 6000만 명의 마음을 실망시키고
6000만 명을 우울에 빠뜨리는 거대한 부패의 냄새 속에서도 오월의
꽃들이 환하게 피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꽃들이 고맙다.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 글·그림, 시공주니어)처럼 큰
안목으로 삶을 통찰하게 하는 책도 드물 것이다. 올해 77세인 이 책의
저자는 내가 보기에 서양의 도인(道人)이다.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자유를 설하고 자유를 두루 선물한다. 식량과 소망과 황제나비를 키우는
작은 환경센터가 그의 집이라는 것도 그에게 어울린다. 나비를
사랑하면서 나비를 통해 우리가 애벌레 같은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주는 것, 인식의 혁명으로부터 진정한 삶의 혁명이 일어나기를
꿈꾸는 것, 그리고 더 나아진 세상을 보는 것, 이 작가는 보살 같다.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탁한 세상을 구제한다. 마치 아침의
연꽃들이 흐린 늪 전체를 들어올리듯이.

( 최승호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