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PGA투어 정상에 우뚝 선 최경주(32).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역도 선수 생활을 하다 골프에 입문, 어렵게 프로가 됐고, 또 홀로 미국 무대에 도전해 결국에는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그가 정상에 서기까지는 글로 쓸 수 없을 만큼의 어려움도 있었고, 큰 기쁨도 있었다. 그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을 모아 'V파일'로 엮어 연재한다. < 편집자주 >
한국시간 5월6일 오전. 재즈로 유명한 정열의 도시 뉴 올리언스의 잉글리시 턴GC 18번홀 그린에서는 피부색이 튀는 한쌍이 진하게 포옹하고 있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챔피언이 된 최경주와 그의 평생 동반자인 김현정 커플. 이 장면을 지켜본 최경주의 지인들은 우승의 원동력에 대해 모두가 한마디로 평가했다. '부인 덕'이라고.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까진 아니지만 최경주-김현정 커플은 대단했다. 최경주는 골프를 위해 대학을 포기한 상태였고, 김현정씨는 단국대 법대를 졸업한 재원. 통념상 이뤄지기 힘든 커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교회 목사의 소개로 이들은 사귀기 시작했다. 이때가 92년 1월. 아버지가 없었던 김현정씨가 아무것도 없던 최경주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최경주가 듬직했기 때문.
물론 이때 최경주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최경주에게는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95년 팬텀오픈. 88CC에서 열린 이 대회서 최경주는 프로데뷔 첫승을 거둔다. 김현정씨의 마법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지인들은 서슴없이 말한다.
그해 연말 이들 부부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살림을 차렸다. 이때부터 최경주는 승승장구. 96년과 97년 연이어 국내무대를 석권, 상금왕을 차지했다. 2년 연속 상금을 차지해 어려운 살림도 펴져 딴 생각을 할 만도 했지만 이들 부부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최경주는 결혼한지 7년이 지난 지금에야 컴팩 클래식 시상식장에서 고백했다.
"이게 모두 당신 덕이야. 당신이란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히 이곳에 서지 못했을 거야."
PGA투어 진출에 대해 막연하게 꿈꿔왔지만 두려움도 있었던 그가 영어를 하는 김현정씨를 만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또 자신의 뜻대로 어떠한 어려움도 감수해내는 부인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내는 복덩이였다.
< 스포츠조선 이사부 기자 gol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