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6일,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검토를 공식화했다. 당무회의에서
김종하(金鍾河)·유흥수(柳興洙)·이세기(李世基) 당무위원 등이 탄핵
소추 문제를 꺼내자 여러 당무위원들이 동의했다는 것이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의 설명이다. "대통령의 측근들에 이어 세 아들이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있고, 급기야 이희호(李姬鎬) 여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대통령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탄핵 제기의 골자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현 정권의 문제와 관련해 몇 차례 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했지만 당무회의에서 탄핵을 공식 거론하고 이를 당
지도부에서 검토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당이 김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그 자체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쉽지 않다. '국회 재적 과반수
발의, 재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가결'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국회 재적의원은 현재 269석인데, 한나라당 의석은 133석으로 탄핵소추안
발의 요건에 2석 모자란다. 민주당(115석)은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원하던대로 탈당을 결행한 대통령에게
시비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태도"라며 탄핵안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자민련(15석)과 무소속(5석), 민국당(1석) 중 2석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최근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입장에 있어 2석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탄핵 소추 검토를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비리로 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명분외에,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부패정권 교체'를 분노하는 국민들 앞에 선명하게
내세우는 방법의 하나로 김 대통령 탄핵을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통령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에 반대하고
있으므로 '민주당=DJ옹호 집단'이란 이미지를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탄핵안 압박을 통해 김 대통령 세 아들에 대한 특별검사제·TV 청문회
도입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