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측 "단순히 벤처경영 조언했을 뿐"
김홍걸(金弘傑)씨가 2000년 7월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을 만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동안 타이거풀스 주식을 둘러싸고 불거진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유 회장이 홍걸씨를 만나는 과정에 이희호(李姬鎬) 여사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대통령 아들에 이어 대통령 부인까지 의혹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홍걸씨는 동서 황인돈(36)씨 명의로 타이거풀스 주식 1만3000주를
소유하고 있고, 그의 측근인 최규선(崔圭善·42·미래도시환경
부사장)씨가 포스코 계열사와 타이거풀스 사이의 70억원대 주식 거래를
주선하는 등 타이거풀스 문제에 개입했으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최근 유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포스코의 주식 매입 경위 등을
조사했다.
◇포스크측의 설명=포스코측은 유 회장이 재작년 7월 홍걸씨와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단순히 경험 많은 경영자로서 조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는 "당시 이희호
여사가 연락을 해와 전문경영인으로서 유 회장이 홍걸씨를 직접 만나
사업과 기업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작년 7월쯤 유 회장이 서울 성북동에 있는 포스코 영빈관인
'영광원'에서 홍걸씨와 최규선씨 등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홍걸씨 부인 손미례씨와 그의 측근인 최규선씨, 김희완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등이 동석했다고 한다.
유 전무에 따르면 홍걸씨는 당시 유 회장에게 벤처기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유 회장은 이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국내외 비즈니스
현황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벤처 관련 자회사인 포스텍기술투자 이전영
사장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또 당시 홍걸씨와
만난 자리에서 "'직장을 가져라. 대통령 아들이라고 특별대우를 받을
생각 말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의혹의 70억대 주식 거래=하지만 이 만남 이후 홍걸씨와 그의 측근
최규선씨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조언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는
포스코 쪽의 해명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엇보다 홍걸씨가 벤처와는 크게 관련도 없는 포스코 유 회장을 만나
'벤처'에 대해 물었다는 것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포철 주변에서는 2000년 5월 박태준(朴泰俊) 당시 국무총리가 부동산
위장신탁 문제로 물러난 뒤 박 회장 인물로 분류되던 유 회장이 궁지에
몰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애초부터 홍걸씨측이 유
회장에게 사업가로서의 처신이나 벤처에 대한 조언 등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일'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만남이 있은 지 7개월 뒤인 2001년 4월 포스코 건설 등 6개
계열사는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주당 3만5000원씩 7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타이거풀스 주식은 2만~2만5000원이었다.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도 검찰에서 "이 가격에 주식을 팔아준 데
대한 사례로 최규선씨에게 70억원의 매각대금 중 24억원을 줬다"고
진술했었다.
포스코건설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 회계법인의
투자보고서 등을 참조해 결정했으며 타이거풀스 주식의 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고 매입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에 앞서 유 회장과
홍걸씨의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 이 거래가 정상거래가 아니라
시세보다 높게 주식을 매입해주는 형태로 포스코측이 일정액을
홍걸씨측에 건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홍걸씨가 동서 황인돈씨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 명의로 타이거풀스 주식
1만3000주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홍걸씨가 타이거풀스 주식을 소유한 것이 포스코를 이용해 타이거풀스를
지원한 대가이거나,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힘써준
대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규선씨와 조용경 부사장의 역할=이 거래에는 홍걸씨측의 최규선씨와
포스코건설의 조용경 부사장이 관여했다. 조 부사장은 5일 『재작년
10~11월 경 나와 최규선, 김희완씨가 또다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얼마
뒤 최규선씨가 타이거풀스 주식 얘기를 꺼내 주식 거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홍걸씨의 포스코 접촉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