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지난달 23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2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최규선(崔圭善)씨 문제를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이 때문에 홍걸씨측이
노발대발해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의 한
측근도 3일 이런 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홍걸씨 문제가
계속된 것을 보면 청와대측이 홍걸씨의 위험한 행태를 알고도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차장은 탄원서에서 "최규선씨의 문제점을 2년 전 종합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김 대통령은 '국정원이 책임지고 조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홍걸씨와 최씨를 특보에 임명한 권노갑씨가
오히려 '허위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임동원
국정원장과 내게 노발대발하며 차장을 바꿔야 한다고 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권씨와 홍걸씨를 개별적으로 만나 담판까지
지었고, 작년 최씨의 무기사업을 견제했다가 청와대 민정비서실과 검찰의
뒷조사까지 당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청와대 민정비서실과 검찰은 '뒷조사'부분을 부인,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국정원 2차장이 대통령 아들을
'음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 전 차장의 측근은 홍걸씨와 최씨가 김 전 차장을 적어도
두 번 불러냈다고 말했다. 2000년 2월 사우디 알 왈리드 왕자의 자금
10억달러를 유치, 벤처투자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김 전 차장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사업 지원을 요청했고, 2000년 8월엔 김 전
차장이 불리한 보고를 하자 '생사람 잡지 마라'며 호통을 쳤다는 것.
청와대에 대한 보고도 두 차례였다고 한다. 2000년 6월 김 전 차장이
정보를 종합,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2000년 8월 '여전히 두 사람이
어울린다'는 내용의 2차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최씨측도 "김은성 차장이 사사건건 방해, 홍걸씨가 청와대에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고 밝혀 김 전 차장과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관계였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는 김 전 차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2001년 1월 사업자로
선정된 체육 복표 '스포츠토토' 인·허가에 개입한 의혹을 사는 등
이권 개입 행태를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씨는 결국 2001년 3월부터 12월 사이 D건설사에서 아파트 건설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 중 7억여원을
홍걸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결국 국정원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홍걸씨의 '든든한 지원'
때문이었고, 이는 결국 청와대가 홍걸씨를 적극 제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