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동촌리 평화의 댐 보강을 위해 최근 시작된 공사에서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br><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강원도 화천댐(파로호) 유역 주민들의 분위기는 연초부터 부쩍
뒤숭숭해졌다. 1월 15일 금강산댐 쪽에서 난데없이 3억t이 넘는 흙탕물이
밀려내려온 것. 바닥이 거의 마른 상류 계곡을 휩쓸더니 평화의 댐 옆
도수관을 타고 파로호로 쳐들어 왔다. 이 바람에 저 아래 화천댐 수문을
새로 만들던 공사장의 도구들까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금강산댐이
착공된 87년 이후 벌써 여러 번째 이상한 홍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 바로 아래의 비수구미 마을 장만동(張萬東·27)씨는
"아무래도 금강산댐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다들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 휴게소를 운영했다는 한 주민은 "99년 8월 폭우 때는
북쪽에서 엄청난 물이 내려와 삽시간에 휴게소 지붕 밑까지 잠긴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정부는 금강산댐의 고의 방류 여부는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국부적인 폭우 때문"이라며 우물쭈물
넘어갔다는 것. 반면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이 부실 시공돼 누수나 부분
붕괴를 우려한 북측의 인위적 방류 가능성을 지적해왔다.

건교부는 최근 금강산댐 안전의 심각성이 제기되자 "위성사진 분석 결과
댐 상단 2~3군데에 침하 현상이 생겼고, 과거에도 댐 가운데 부분을 상당
규모로 땜질한 흔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의 댐 상류와 하류 양쪽에는 굴착기와 트럭 등 중장비 20여대가
동원돼 본격 보수를 위한 도로 만들기 등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수공사를 맡은 대림건설측은 "일단 다음달 20일까지 댐 남측 하부에
콘크리트를 덧씌우고, 이어 7월 말까지 댐 남측 전체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댐 북측 경사면은 처음부터 시멘트로 처리돼 있다.

건교부가 평화의 댐 보강에 나선 것은 지난달 15일부터이다. 1월 중순
대규모 흙탕물이 내려온 이후 3개월 만에 움직인 셈이다.

1일 부실한 금강산댐 때문에 평화의 댐도 위험하다는 보도를 보고 춘천에
왔던 길에 궁금해 들렀다는 정영임(鄭英任·45·서울 왕십리)씨는 뒤늦게
보강공사에 분주한 현장을 내려다 보며 "북한과 수없이 만나고
협상하면서 금강산댐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른다니 정부가 한심하다"고
힐난했다. 대응댐으로 건설된 평화의 댐은 절반만 완성된 채 문민정부
시절에는 "과거 금강산댐의 수공(水攻)위험이 과장됐었다"는 비난
때문에,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금강산댐은 발전과 동해지역 용수공급이
목적일 뿐"이란 북측 해명에 방치돼왔다.

강원대 최한규(崔漢圭·수공학) 교수는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쳐다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유 모를 홍수 이외에도 화천 주민들은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한 이후
여러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파로호 유입량이 평균 40%, 4~5월
갈수기에는 무려 80%나 감소했기 때문. 주민들은 "낚시인을 상대로 한
생업에 타격이 크고, 남방한계선 근처 오작교 주변에서는 과거 쉽게
보이던 황쏘가리도 요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로호의
상류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특히 평화의 댐 상·하류 주변은 곳곳에 웅덩이를 가진 실개천 수준으로
전락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