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5000만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조사를 하루 앞둔 30일, 검찰 관계자는
"결정적 증거가 있어 불렀다.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상당히 돼 있어 사법처리 절차만 남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검찰은 진승현씨와 권씨를 연결한 인물에 대해서는 "수사기밀"이라며
함구하고 있으나 국정원 간부로 알려졌다.국정원 간부로는 2명이
거론된다. 우선 진씨가 재작년 4·13 총선 직전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과 함께 목포에 있는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 1억원을 주려다 거절당한 것에 비춰 정 전 과장이
거론되고 있다. 진씨와 정 전 과장은 지난 총선 당시 여·야 정치인
수십명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권씨 외에
진씨로부터 돈을 받은 여·야 정치인 4~5명이 추가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선 진씨 사건으로 구속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과
권씨의 친분 관계를 들어 김 전 차장이 진씨를 권씨에게 소개해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국정원 간부가 여권 실세에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씨가 받은 돈이 5000만원이라고 밝혔지만, 권씨의 비중이나
당시 정황에 비춰 더 많은 돈이 건너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진씨는
재작년 9월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구명 로비'를 위해 김재환 전
MCI 회장을 로비스트로 영입, 수십억원을 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검찰
관계자도 "정확한 것은 수사해 봐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권씨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검찰은 우선
진승현씨 사건과 관련, 권씨를 사법처리한 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자금'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근태(金槿泰)·정동영(鄭東泳) 민주당 고문이 재작년 8·30 최고위원
경선 당시 권씨로부터 2000만원씩을 받았다고 시인했기 때문에 수사는
돈의 성격과 자금의 출처 규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돈을
준 적이 있지만 부정한 돈이 아니며, 내 돈은 단지 '정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부정한 돈임이 드러날
경우 권씨의 추가 비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검찰이 권씨의 금융계좌 등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계좌 추적 과정에서 여권의 총선 및 대선 자금의 꼬리가 잡힐
경우 검찰 수사가 여권의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