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최근 두 달간 연쇄 강도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사흘새 수원에서 일어난
연쇄 강도살인 사건의 2인조 범인들은 대담하게도 도심 큰길가에서
지나가던 행인을 납치·살해했지만, 5명을 죽이고 턴 돈은 불과
255만원이었다. 범인들은 대부분 수백만~수천만원의 카드빚에 쪼들린
20대였다.

◆택시 위장 강도살인=경기 용인경찰서는 30일 승용차를 택시처럼 위장해
몰고 다니며 사흘간 20대 여성 5명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허모(24·골프장 직원)씨를 긴급 체포하고, 달아난 공범 김모(31)씨를
수배했다.

허씨 등은 김씨의 EF쏘나타 승용차에 택시 표시등을 훔쳐 달고 수원
시내를 돌아다니며 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영통동에서
박모(29·피아노강사)씨를 태운 뒤 목졸라 숨지게 하는 등 29일 새벽까지
20대 여성 5명을 차에 태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금
255만원을 빼앗고 일부 피해자를 성폭행하기도 했으며, 범행 후 승용차
뒷좌석에 3구, 트렁크에 2구 등 시체 5구를 싣고 다녔다.

허씨 등은 30일 0시40분쯤 용인시 기흥읍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주차된
엘란트라 승용차 번호판을 훔치다 출동한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의 감시 소홀을 틈타
순찰차를 몰고 150여m 가량 도망쳤으며 경찰은 이 과정에서 허씨만
붙잡고 김씨는 놓쳤다.


허씨는 경찰에서 『유흥비로 쓴 신용카드빚 700여만원을 갚기 위해
부녀자를 납치했으며 신고할까봐 죽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승용차에서 삽과 곡괭이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시체를 싣고 다니다
한꺼번에 파묻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쇄강도사건 잇따라=이에 앞서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도 지난달 22일
홍모(26)씨 등 3명을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19일까지 경기도 분당과 을지로·방배동 등 서울 도심을
돌며 6차례에 걸쳐 행인 등 7명을 차량으로 납치해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차를 불지르기도 했다. 홍씨는 경찰에서
『신용카드빚 600여만원 등 대출금 17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친구들과
범행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평범한 귀갓길 시민=피해자들은 밤 늦게 부서 회식, 바이어
접대 등을 마치고 돌아가거나 지방에 다녀오던 길에 택시를 잡으려다
변을 당했다.

허씨 2인조에게 살해된 박모(여·29)씨는 친구 결혼식 참석차 지방에
갔다 돌아오던 피아노 강사였다. 홍씨 등에게 살해당한 원모(38)씨는
부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대기업 과장, 19일 희생된 박모(43)씨는
바이어 접대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소의류수출업체 대표였다. 경찰은
3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신용카드빚 등을 갚기 위해 저지른
강도 사건이 20여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