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셋 둔 가장(家長)이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면? 아내는 대번에 "미쳤어!"라고 핀잔을
주겠지만, 애인은 대답이 다르다. "그래, 네가 원래 원하던 것이었잖아.
내가 같이 가줄까?"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옛 애인의 이런 이해심과 사랑에 홀딱 넘어가
아내를 배신한 남자가 있다. MBC 월화 드라마 '위기의 남자'에서 그런
남자 역을 맡아 주부들에게 한창 욕을 먹고 있는 탤런트 김영철(49)을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3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살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지나가자
그는 "아줌마들이 나를 쳐다보면 괜히 찔린다"고 했다.
요즘 인터넷 여성전용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드라마를 둘러싼 주부들의
'불륜 논쟁'이 한창이다. "바람 피우는 남편과는 이혼해야 한다"
"어차피 종착역은 가정이다"는 논쟁 와중에 아내 금희 역을 맡은
황신혜에게는 격려의 글이 쏟아지는 반면, 김영철과 상대역 연지를 맡은
배종옥에 대해선 온통 욕 투성이다.
-부인은 뭐라고 하나요?
"연지 침실에서 불륜 현장을 금희한테 들키는 장면이 있었지요. 집에서
아내랑 함께 TV를 봤는데, 방송 끝난 뒤 아내가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나쁜 사람' 그러는 거예요. 할 말이 없어 죄지은듯 가만히 있었어요.
갈수록 황신혜씨 팬은 늘어나고 저랑 배종옥씨는 욕을 먹겠지요. 다른
불륜 드라마와 달리 불륜을 미화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첫사랑이 나타났다고해서 어떻게 아내를 배신하느냐는 의견이 많던데요.
"제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돼 이동주라는 인물에 대해 불만입니다.
여자분들이 분노할만 해요. 하지만 의외로 남자들은 동주의 처지를
이해하더라고요. 영월에 사는 한 남성 시청자는 '동주가 불쌍하다'며
저한테 두릅을 선물로 보내주셨어요."
-이미 결혼한 옛애인에게 접근하는 연지라는 여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10년 전 얼마나 가슴 아프게 헤어졌을 지 헤아려보면 좀 이해가 돼요.
10년 동안 혼자 살면서 동주만 생각한 여잡니다. 가여운 인물이지요."
-혹시 불륜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생각이야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서 해보지 않을까요?(웃음) 저도 알고
보면 불륜의 소지가 많은 사람인데, 적절히 내면에서 소화해 조절하는
겁니다."
-불륜의 충동을 누르게 해주는 요소는 뭘까요?
"남자들은 대개 가정이나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참지요. 흔히 여자는
바람나면 가정을 버리지만, 남자는 바람나도 결국 집에 돌아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남자의 사랑은 계산적인 면이 강하지요. 그리고
불륜은 어차피 끝에 가면 추해진다고 생각해요."
-부인과 사이가 좋다고 소문났는데요.
"평생 사랑 없이 대충 사는 부부도 많다는데, 그런 점에서 전 헛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드라마 하면서 아내한테 더 잘하게 됐어요.
드라마에서 동주는 연지한테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정작 자기 아내인
금희한테는 막 대하지요. 대본 연습하다가 문득 '어쿠, 나도 이렇게
말하는구나' 깨닫고 갑자기 아내한테 전화할 때가 많아요. 가끔 집에
꽃을 사갖고 들어가는 것도 이 드라마 하면서 새로 생긴 버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