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는 후보검증 차원에서 공개된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학적부가 단연 화제다. 중3 때 담임 선생님의 '두뇌 명철, 사리
판단력이 풍부함. 그러나 비타협적이며 극히 독선적임'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당장 "(노 후보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평가에서
"당시 선생님에게 뭔가 꼬인 게 있었나 보다"는 시각까지 다양하다.
▶조용한 성격의 아이가 '침착하다'는 긍정의 평가를 받을 수도,
'내성적이다'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활달한
아이'가 역으로 '주의가 산만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교육학자들은 '주의가 산만하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뜻인데 경직된 우리 학교문화 때문에 '분위기 깨뜨리는 아이'로
분류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아이들의 장점을 살려주는 교육풍토가
아닌 데서 오는 판단 착오가 그만큼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선생님상(像)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헌신적인 제자사랑을 보여주는 교사들의 미담(美談)은 종종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준다. 그러나 '여고괴담', '친구' 같은 많은
한국영화에는 살벌한 폭력교사가 단골로 등장하고 많은 관객들은 그
장면에 공감한다.
▶교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대다. 사회책임도 크고 학부모 책임도
크고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 책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도
한번쯤은 자문(自問)이 필요한 시점이다. 27일 독일 에어푸르트
김나지움(인문학교)에서 발생한 한 퇴학생의 총기난동에 맞선 역사교사
라이너 하이제(60)씨의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그렇다. 난동을 부리는
범인에게 다가가 복면을 벗기고 옛 제자임을 확인한 노(老)교사는
"로베르트, 무슨 짓이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나를
쏴라"며 자기 가슴을 들이밀었다. 이 말 한마디로 그는 그나마 희생자를
16명으로 막았을 뿐만 아니라 독일교사의 신뢰도 지켜냈다.
▶'참교육'을 내걸고 출범했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1139명이 27일 '민주화 운동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교육계 주변이
어수선하다. 하이제씨는 사건 발생 후 자신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난 영웅이 아니다. (교사의) 본능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참교육자'는 결국 '그냥 교사' 이 외의 다른 무엇이 아니란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