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임 행진
(1~20)=대국 개시 12분 전. 유창혁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전 3국 때보다 기분이 좀 좋아졌다. 그 때는 일본 원정
후유증인지 꽤 피곤했었다." 점퍼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한복으로
갈아입더니 자기 자리에 가 착석한다. 그는 어제 밤도 이 곳서 묵었다.
대국 시작 2분을 남기고 조훈현 부부가 헐레벌떡 도착했다. "영동대교를
건너는데 30분이나 걸렸다"며, '전속 기사(技士)'격인 아내 정미화
씨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나 저나 조 九단의 얼굴이 푸석푸석하다.
전날, 즉 3국을 이긴 다음 날부터 감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
어찌됐건 4국은 10시 정각에 스타트했다.1, 3, 5의 '낮은 중국식'은
유창혁 필승 포진 가운데 하나. 중요한 대국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6의 걸침에 7로 협공, 19로 미끄럼을 타기까지 한 수 예외없이 노타임으로
두어졌다.
마치 복기를 구경하는 느낌이다.수순 중 12로 '가'에 뻗는 수는 참고도
흑 2가 좋아 무리. 20에서 처음 1분 40초를 써 시간 사용표에 기록됐다.
조훈현 다운 적극적 착점으로, 그는 백 '나', 흑 '다'로 유연하게
풀어가는 기질은 아니다. 초반 운석(運石)이 어째 격렬한 몸 싸움을
예고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