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의 대공포
( 조르주 르페브르 지음 / 최갑수 옮김 / 까치 / 1만5000원 )
프랑스 파리에서 부르조아지와 군중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점거하는 등
혁명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던 1789년 7월 하순, 농촌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서부지방에서 시작된 농민 봉기는
8월초 남부 스페인과의 국경 지방까지 번져나가며 농촌의 절반 정도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들 농민 봉기는 혁명적이기보다는 자구적인 성격이 강했다.
도시에서 쫓겨난 왕과 특권 계급이 부랑자와 외국 군대를 동원해서
농촌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직접적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연속적인 봉기를 낳았고
프랑스 혁명사는 이를 '대공포'라고 이름붙였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사의 대표적 연구자 중 한명인 르페브르가 종래
부르조아 혁명의 부수적 사건으로 인식되던 농촌 지역의 대공포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그는 1789년 당시의 농촌 상황, 음모
소문의 형성과 전파, 대공포의 특징을 꼼꼼히 파헤치고 있다. 특히
대공포가 6~7개의 진앙에서 시작돼 확산되는 과정을 각 지역의
고문서들을 통해 처음으로 밝혔다.
이 책의 또 하나 특징은 단순한 사회사를 넘어서 집단과 계급의 심리학을
그리는 심성사(心性史)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당시 프랑스 농민들을
엄습했던 불안의 기원과 결과를 치밀하게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1932년
처음 발간된 이 책을 아직도 고전으로 널리 읽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