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을 뛰어넘는 대발명이라깐." 늦은 오후 찾아갔을 때 모눈종이에
뭔가 그리며 연구에 몰두하던 김창선(金昌宣·63) 유림훼라이트 대표는
대뜸 고개를 들더니 열변을 토했다.
퀭 하니 반쯤 감긴 눈에 대해 묻자 "어, 어제 새벽 2시까지 연구실에
남아있느라 잠을 못 자서 그래"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대표이사라는 직분을 뒤로 한 채 김 대표는
끊임없이 새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65년 혈혈단신으로 세운 부평
창일공업사를 시작으로 68년 국내 최초로 전자기기에 사용하는 일종의
철심(鐵心) 페라이트(ferrite) 코어를 발명한 이래 쉬지 않고 실험실에서
일생을 보냈다.
이번 5회 인천시 과학기술상 대상으로 뽑힌 계기를 만든 플라즈마
파쇄기(일명 C.S.Kim's Capsule)도 그런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위대한 발명이 그렇듯 플라즈마 파쇄기도 94년 다른
소재를 연구하다 우연히 실패의 산물로 이뤄졌다.
몇 가지 금속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방전(放電)으로 불꽃이 튀면 분자가
급팽창하며 막강한 발파(發破)력을 분출한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건설현장에 응용할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을 맞췄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99년 특허를 받았고, 이를 기초로 유림소재라는 새 회사를
창립했다.
거대한 바위에 캡슐을 박고 전기를 통해 불을 붙이면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부터 바위가 갈라진다. 다이너마이트를 주로 사용했던
기존 공정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고 안전해 이를 대체할 획기적인
물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1년 6월 런던 국제발명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타면서 떨친 명성은 그해 11월 독일 국제 아이디어·발명·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거머쥐며 이어졌다. 당시 이를 주관한 독일특허청은
"놀라운 발견"이라며 예정에 없던 대상까지 급히 신설, 수여했다.
부산공고를 나와 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김 대표는 오로지
독학으로 이 모든 원리를 간파했다. 간편한 셔츠 차림에 꾸미지 않은
외양(外樣) 그대로 독방 하나 없이 책상 한 켠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모르는 외부인이 보면 경비원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으면 행복한 거여." 유학도 다녀오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수학한 두 아들을 데려다 쓰고 있지만 "영~
치열함이 모자라 맘에 안들어"라며 연신 불만을 토로한다.
이제 김 대표가 넘어야할 장벽은 건설회사의 보수적 사고방식. 플라즈마
파쇄기가 환경친화적이고 특히 도심지 공사현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환영받을 제품이지만, 단가가 비싼 게 흠이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설사 처지에선 2~3배 더 치르고 이 발명품을 쓰기엔 주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구미(歐美)권에서 상담 의뢰가 몰리고 있다.
"그냥 공짜로 남의 피땀을 삼키려고 한다니깐." 최근 여러 건설사와
접촉한 김 대표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플라즈마 파쇄기가 안락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는
그의 믿음에 흔들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