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parody)는 소설이나 음악, 연극, 영화 등에서 다른 작품의 내용
일부를 익살스럽게 인용하는 것을 뜻한다. 독창적이지는 않을지라도
패러디가 불러일으키는 웃음 또한 예술의 본질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대개 간단한 에피소드를 변형시킴으로써 가벼운 웃음을
불러일으키지만 때로는 작품이나 장르 전체의 스타일, 관습, 모티브 등을
조롱하는 데에도 쓰인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605)'는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중세 기사도 전설을 패러디한 것이다.

패러디는 사회 현실이나 인간의 불합리를 비판적으로 조소하는 풍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록키 호러 픽처 쇼(짐 샤먼·1975)'는
1970년대의 하위 문화와 여러 장르에 대한 기발한 패러디가 기성 질서와
도덕 관념에 대한 도발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컬트 영화의 원조로
숭배되었다. 근작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2001)' 역시 제1·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정치적 패러디와 기독교 및 북유럽 신화의 새로운 해석
등을 환상(fantasy) 양식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한국 최초의 본격 패러디 영화를 표방한 '재밌는
영화(장규성·2002)'는 '쉬리' '친구' 등 1990년대 이후에 풍성하게
쏟아져 나온 흥행 영화들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작품의
플롯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거나 교훈적인 민족주의로 기울어지는 점
등으로 인해 패러디의 묘미가 그다지 잘 살아나지는 않은 편이다.

(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