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좌파는 지금 하루빨리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6월
총선에서 승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 좌파의 총선 구상 =사회당과 녹색당·공산당 등 좌파 정당들은 5월
5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Chirac) 후보가 극좌파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 펜(Le Pen)
후보를 압도적으로 꺾도록 하기 위해 공개적 지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좌파는 6월 9일과 16일 1·2차 투표로 치러지는 총선을 좌·우파와
극우파의 3자 대결 구도로 몰고갈 계획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
시라크가 르 펜을 78대22% 정도로 누를 것이 예상되지만, 극우파 FN은
총선에서 우파의 표밭을 잠식할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좌파가
대동단결하면 행정부 장악으로 사실상 재집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좌파는 1995년 대선에서 시라크에게 패배했지만, 사회당을 중심으로 뭉쳐
1997년 총선에서 승리, 지난 5년 동안 좌파연합 정권을 운영해왔다. 좌파
지지자들은 6월 총선을 가리켜 '대선 3차 투표'라고 부르며 의욕을
보인다. 사회당의 대선 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Jospin) 총리는 2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사회주의자들과 좌파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총선에 대비해 움직이고 다시 모이기를 권고한다"며 좌파의 단결을
촉구했다.
◆ 녹색당의 부상 =이번 대선에서 5.24%를 얻어 지지율을 높인 녹색당의
대선후보 노엘 마메르(Mamere)는 22일 "사회당은 스스로를 쇄신해야만
한다"며 "우리가 좌파연합의 동력이 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총선에 앞서 녹색당·사회당·공산당뿐만 아니라 극좌파 '혁명적
공산주의 동맹(LCR)'까지 포함한 좌파의 회합을 제안했다. 녹색당은
1995년 대선에서 3.32%를 얻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 5.25%로 약진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극좌파 LCR는 대선 1차 투표에서 녹색당의 뒤를 이어 4.25%를 얻는 예상
밖의 선전으로, 3.37%에 그친 공산당을 앞질러 좌파 내부의 서열 변화를
일으켰다. 공산당은 1920년 창당 이후 최악의 대선 득표율을 기록,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였다.
그러나 대선에서 5.72%를 얻어 좌파 중에서는 사회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극좌파 '노동자의 투쟁(LO)'의 아를레트 라기에(Laguiller)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시라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극우파와는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혀 좌파연합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사회당의 향배 =조스팽의 전격 은퇴로 지도자를 상실한 사회당은
프랑수아 올랑드(Holland) 총재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 올랑드는 TV에서
"대선 결선투표에서 시라크를 찍을 것"이라고 밝힌 뒤 "좌파
유권자들은 6월 총선에서 자신들의 역량과 목소리를 보여주고 설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조스팽의 측근으로 재경장관을 지냈고, 현재
사회당의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Strauss-Kahn)
의원은 "대선 패배는 치유 불가능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설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파리=朴海鉉특파원 h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