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 결과는 한 마디로 실망스럽다. 5개월간의
협상결과가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조건부 양해각서(MOU)체결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잘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 '이라는 식의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하이닉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부와
채권단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한심한 일은 이번 MOU가 철저히 미국 마이크론사(社)의 주문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매각대금이 당초 예상했던 38억달러보다 6억달러
가까이 줄어들었고,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 본사의 보증도 없이
15억달러의 신규 대출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우발채무 문제를 비롯해
주요 쟁점사안에서 마이크론의 요구가 거의 대부분 관철됐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그렇게 해서라도 가급적 빨리 하이닉스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결과라면 나름대로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고위관리들이 걸핏하면 "협상이 곧 타결될
것 "이라고 장담하며 채권단을 압박한 탓에 협상을 그르친 것은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 개혁실적을 하나 더 올리기 위한 정부의 조바심이
'헐값 매각 '시비를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하이닉스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견(異見)이 있을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과
하이닉스 노조는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본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반(反)독점 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하이닉스 매각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남은 하나하나의 단계가 모두 중요한 만큼, 채권단과 정부는 개혁
생색내기로 인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협상에 임하는 자세부터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