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축구서포터협회가 만든 팬진(Fanzine ·팬 매거진의 줄임말)최신호. 월드컵 기간 중엔 잉글랜드 경기 전후로 5000여부씩 펴낼 계획이다.

‘훌리건(Hooligan)이 아니라 서포터(Supporter).’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축구 폭력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국민적인 힘을 쏟고 있다. 지난주 현지에서 만난 정부와 각 단체
관계자들은 대표팀이 1966월드컵 우승 이후 3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서는
일 만큼이나 축구 팬들의 이미지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1998프랑스 월드컵서 자국 팬들이 부렸던 패싸움과 난동은
더이상 없다는 주장이다.

잉글랜드와 파라과이 대표팀이 18일 리버풀서 벌인 친선경기가 좋은 예.
안필드(Anfield) 구장을 메운 4만2000여 관중은 축제분위기 속에 게임
자체를 즐겼다.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이 끝났을 땐 가로 20m·세로
10m짜리 잉글랜드 국기가 운동장을 돌았다. 팬 100여만명(예상)이
축구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응원글귀를 그 국기에 인쇄, 대표팀에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고든 뱅크스 등 1966대회 우승 멤버들도 직접
나와 또다른 작은 국기에 서명하며 선전을 기원했다. 잉글랜드가
4대0으로 앞서던 후반 막판에 팬 한 명이 필드로 뛰어들어 '알몸쇼'를
했던 게 유일한 소동이었다. 안전통제는 기마대를 동원한 현지 경찰
250명과 리버풀 구단의 자원봉사자 500명만으로도 거의 완벽하게
이뤄졌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잉글랜드 훌리건들.영국의 데니스 맥셰인 의원(노동당)은 최근 “2002 한 ·일 월드컵은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이미지를 ‘영국신사 ’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훌리건 예방책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
내무부와 경찰은 월드컵 '훌리건 리스트'에 올라 있는 932명의 여권을
월드컵 5일 전까지 압수, 출국 자체를 막는다. 외국에 머물고 있는
'축구 전과자'들도 이때까지는 돌아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대회기간 중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리는 일본으로 갈 8000여 팬들 가운데 '사고'를
치는 사람은 귀국과 동시에 엄중히 처벌할 방침. 자국 경찰을 한국과
일본에 파견, 공조 체제도 유지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또 팬들을 위한 지침서 2만장도 찍었다. B5용지 두 장
크기의 종이를 전화카드 만하게 접어 편리하게 갖고 다니도록 만들었다.
도쿄, 오사카의 지하철 노선도와 각 경기장 약도·비상 전화번호·일본어
표현을 안내하면서, 경기장서 지나치게 목청을 돋우거나 윗옷을 벗어
맨몸과 문신 등을 드러내는 행위·지나친 음주로 '문화적 레드카드'를
받지 말라는 권유를 담았다.

축구서포터 협회에서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케빈 마일스(42)씨는 "훌리건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오히려 순수한 잉글랜드 서포터들"이라면서
"월드컵을 보러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번이 일생 최고의 여행인데,
이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면 좌절감으로 인해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