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제법 이름난 한식점이다. 주말이면 꽤 북적거리고
점심시간에는 대기 번호표를 나눠줄 때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찾기도 한다.

식당이 옛 한옥집이어서 협소하다. 20여가지 반찬이 차려진 밥상을
준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님들은 적지 않게 기다려야
한다. 애가 탈 정도의 시간이며,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 표정도
하나같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차례를 무시하고 뛰어든 불청객이 있었다. 그 사람은
동행한 4명의 외국인 손님을 가리키며 "저 분들에게 이 집 음식 맛을
보여주려고 큰맘 먹고 왔는데 차례를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없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난감할 뿐이었다.
손님을 국적에 따라 특별대우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봤다. 그중 중후한 한 남자손님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 우리가 양보합시다.”

그가 기꺼이 외국인 손님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데에서, 참 보기좋은
여유와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고맙다"고 답례하는 외국인 손님의
밝은 표정 역시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2002년 월드컵. 마음이 부자인
우리 한국인의 넉넉함을 세계사람들에게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 이두남 59·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