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문을 읽었다
이승호 지음 / 다우 / 9800원
오늘 내가 별생각 없이 대충 읽는 신문을 10년 후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저자는 과거 신문을 장식했던 기사들을 세월의 때를 잔뜩
입혀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던진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는 재미를
말하자면, '그냥 심심해서 한 번 봤는데 계속 보게 되는' 재미이다.
그가 책 머리에 소개한 '금년 첫 자살자 발생'이라는 60년대 초 기사
한 토막을 보자.
'20대 초반의 처녀가 남자친구로부터 강제 키스를 당하고 비관, 어머니
묘소 앞에서 쥐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결혼과 연애는 진짜 별개'가 되어 버린 오늘날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여인의 자살 사유는 '입술을 잃은 것은 순결을 잃은
것과 같으므로 어머니에게 죄를 지은 나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다른 기사는 영하 15도의 어느 겨울날 가난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3학년 아이의 '잠바'를 빼앗아 입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적고 있는데, 이유는 "날이 너무 추운데 집에는 여름 옷 밖에
없어서"였다.
강제키스 자살 사건에서 남녀간 애정관 또는 정조관의 변화를 읽고,
외투를 훔쳐입은 소년 이야기에서는 어려웠던 60년대 우리 삶의 질곡을
다시 읽는다. 부정식품, 기생충 박멸운동, 캠퍼스의 아베크족, 조용필,
젖소부인 등 시대를 상징하는 추억의 단어들과 그들이 표상하는 지난
세태의 모습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