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지음 / 주윤정 등 옮김 / 이끌리오 / 1만원
‘한국의 자판기 커피 최고예요!’
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스콧 버거슨(Scott Burgeson)이 말했다.
나야말로 자판기 커피 중독자였지만 그렇게 최고라고 생각 못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한국의 자판기커피처럼 싸고 맛있고 훌륭한(!) 커피는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정말! 자판기 왕국인 일본에도
한국처럼 맛있는 커피는 없다. 프랑스나 유럽의 자판기커피는 값도
비싸고 맛도 별로다.
스스로를 '날라리'라고 부르는 스콧 버거슨은 싸구려 여관에 살고
있고 문신도 있다. 미국인에다 백인남자 그리고 명문대 졸업생(놀랍게도
우수하게 졸업했다고 한다)인 스콧 버거슨은 본인이 맘만 먹으면
'백인남자의 천국'인 일본이나 그에 버금가는 한국에서 한밑천 잡을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돈안되는 한국사람 사귀기와 길거리 잡지
'버그(Bug)'를 만들며 종횡무진 살아간다. 그의 인생철학은 '철학을
갖지않기'이고 모토는 '재미있게 살기!'이다.
그의 첫번째 책 '맥시멈 코리아'에 이은 이 '발칙한 한국학'은 마치
자판기커피처럼 맛있고 부담없고 실속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개고기를
좋아해서 영어에는 없는 개고기를 뜻하는 신조어 도크(DORK)까지 만들
정도인 스콧 버거슨은 힘이 넘친다. 기발하고 독특하고 별난 것을 유난히
밝히는 그의 기질이 만들어낸 생생한 한국보고서이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그만큼이나 '엽기적'이다. 배타적이고 칸막이가
심하고 정형화된 틀에 맞추려 하고 똑같으면 멋있다고 여기는 이상하고
답답한 나라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갑자기 트랜스젠더가 최고인기
연예인으로 뜨는 상상을 넘어서는 웃기는 나라이다. 이상하고 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한국은 그에게는 흥미만점의 재미있는 나라이다.
서양인들이 쓴 한국이야기는 꽤 많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었다. 한 예로 저자는
골방에서 내밀하게 개인적으로 할 기도를 '우리 다같이' '기도의
성실성에 따라 성적을 매기는' 한국인의 모습을 '공개성행위 차원'을
넘어 '난교파티에서 참석자의 정력을 누군가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이 '발칙한 한국학'은 박노자같은 치열함과 통찰력, 과감한 문제제기는
없다. 그러나 읽다 보면 그가 이 좁은 한국을 지구촌적 시야로
보고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고향을 무조건 달콤하다고만 여기는
한국인의 '심약함'을 빗대며 이제 좀 제대로 세계화되고 가슴을 열라고
권유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한국인의 획일성을 버리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다. 종로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잡지를 팔고,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탐욕스럽게 '한국'을 체험하는 스콧 버거슨의 메시지는
용한 점쟁이의 조언처럼 부담없이 그러나 만만치않은 힘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 전여옥·전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