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소송전을 벌이면서 홍걸씨로부터 소송 취하 조건으로 11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받은 이신범(李信範) 전 한나라당 의원은, 또 다른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측과도 ‘협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장관 부인 등의 옷로비 사건 때 박지원(朴智元·현 청와대 비서실장)씨를 포함한 여권인사들의 부인이 운보 김기창 화백의 고가 그림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99년 6월 박씨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미국에서 귀국을 늦추자 2001년 7월 이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의원이 홍걸씨와의 문제를 해결키로 하고 작년 5~6월 11만달러를 건네받은 직후였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정치적 보복 금지 약속을 받았다고 말해왔다.

이 전 의원은 홍걸씨와의 합의에 이어 박지원씨 등과도 소송 취하에 합의한 뒤 귀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무성(金武星) 당시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에게도 중재를 요청했다.

김 실장은 “전화가 왔길래 취임인사차 당을 방문한 유선호(柳宣浩)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소 취하를 얘기했더니 다음날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전해왔다”며 “대신 이 전 의원이 직접 유 수석에게 전화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유 수석과 몇 차례 통화한 흔적이 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유 수석에게 팩시밀리도 보냈으며 이 팩시밀리에는 “아침 일찍 전화로 말씀드렸듯이…”, “먼저 보낸 팩스의 보충내용…” 등의 표현이 들어있다.

팩시밀리는 작년 11월 22·24·26일에 보낸 것 세 종류다. 이 전 의원은 합의서 초안까지도 만들어 보낸 점으로 미루어 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합의서 초안은 11월 22일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유 전 수석은 18일 “당시 이 전 의원이 중재를 부탁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고, 박지원씨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서 물러난 뒤에 유 수석한테 전화가 왔길래 그런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홍걸씨의 반대로 (합의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다고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