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아파트단지내엔 자그마한 3층짜리 새마을문고가
있다. 1층을 노인정으로 쓰고 있어 언뜻 지나치기 쉽지만, 2층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서점에서 흔히 찾는 베스트셀러에서
교양서적·아동용 문고까지 알차게 진열돼있다.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이 무료로 읽고 빌려갈 수 있는 새마을문고를
박옥희(朴玉喜·63)씨는 10여년간 정성스럽게 가꿔왔다. 작년까지 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이사로 새마을문고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97년부터는
며느리 김효전(金效女+展·36)씨도 매월 2~3차례씩 3시간 동안
새마을문고에 나와 아이들이 책을 깨끗하게 보고 돌려주는지 확인하고
청소를 한다. 며느리 김씨는 "시어머니께서 권유해 활동하고 있으며,
원천동 새마을문고 회원 30여명이 함께 대가 없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느리의 말대로, 박씨는 이 새마을문고의 '터줏대감'. 96년부터 시와
구청을 번갈아다니며 4년간 건의를 줄기차게 해 당시 2층짜리 건물을
3층으로 1층 올렸다. 덕분에 주민 32명 정도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던
공간이 90석으로 늘어났다.

취재 도중 며느리 김씨가 갑자기 박씨를 향해 "엄마"라고 불렀다. 순간
모녀 사이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김씨는 "평소에도 시어머님께
'엄마' 혹은 '어머니'라고 부른다"며 "사이가 나쁘거나 껄끄러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가깝게 살고 있어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박씨와 김씨를 보니, 흔히 말하는
고부(姑婦) 갈등과는 거리가 먼 듯 보였다.

이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요즘 월드컵 경기대회에 푹 빠져있다. 수원
월드컵 경기 추진위에 자원봉사자 신청을 한 뒤 교육을 받고 수료증까지
함께 받았다. 최근 수원의 새마을단체 회원들은 수원에서 경기를 갖는
외국팀을 분담해 응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른바 '새마을
서포터스'인데, 새마을문고 회원들은 우루과이를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수원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싶다"고 했다. 박씨와 김씨는 수원시가 펼치는 경기장 '1인
1의자 갖기' 운동에도 이미 참여했다.

월드컵 기간중 시어머니는 일반 행정, 며느리는 교통 분야 자원봉사에
나선다. 며느리 김씨는 "처음엔 자원봉사에 나선 택시 운전기사께
'여자가 길안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타박을 듣고, 남편이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어머니 박씨는 "낯선 사람들에게
길안내를 해주고, 경기장 주변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도 모두 봉사
활동"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88년 서울 올림픽때도 길 안내 봉사활동을
했다. 가족들이 함께 수원 경기장에서 프로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즐긴다는 박씨와 김씨는 "월드컵 경기때도 함께 자원봉사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