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사퇴로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조심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이 고문의
사퇴에 대해 "너무 무거운 문제라서…"라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 교만하게 보이는 것을 가장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항공기 사고 현장의 분향소를 다녀온 뒤,
예정돼 있던 경기 지역 지구당 간담회 일정을 저녁 늦게까지 소화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한동안 피하다 "한편에선 승리의 기쁨이 있으나,
동반자이자 경쟁자의 레이스 포기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인제 고문은 정치 역량이 크고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훌륭한 경쟁자와 상대해 당도 살고 나의 지지율도 올라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이기기 위해 감정이
부딪치고 심하다고 할 만한 공격과 방어로 감정의 갈등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 고문과) 손잡고 나아가야 하고 나도 그걸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경기 부천 지역 지구당
합동간담회에서는 이 고문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이인제 고문에게 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생각해서 해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노 후보는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귀가 멍멍한 것처럼 너무 빨리
상승하다보니 감당못하는 일도 있다"면서 "이길 것이라고 안도하는
순간, 마음이 퍼지기 쉬운 만큼 교만하지 않도록 나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자신에 대한 당내 일부의 불안감을 의식,
"내가 너무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는
당의 평균적 시각에 호흡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순회 간담회에서 다른 때보다 훨씬 강도높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책방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해서는 "98년 영남 지역 장외집회를
통해 한 지역의 표를 얻으려고 다른 지역을 비난한 것은 대통령 되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노 후보의 경기 광명·부천·고양 지역의 대의원 간담회는 각각
200~300명의 대의원들이 몰려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서로 노 후보와
사진을 찍으려는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