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수! 소장수! 성은 뭐고 이름은 뭐요?”
17일 오전 10시 양주군 백석읍 방성리 '양주(楊州)
소놀이굿'(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 전수회관. 21일 이곳에서 열리는
제19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소놀이굿 보존회 5명의 회원들이 전수회관
연습장에서 걸쭉한 '굿판'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은 짚과
멍석으로 만든 큰소와 작은소에서 잡티를 뽑고, 놀이마당 모래도 평평히
다듬고 있었다.
"백석읍, 광적면, 남면을 중심으로 지금 28명이 소놀이굿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농사일을 하고 일부는 회사에 다니죠. 모두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고 있어요."
보존회 정지광(42) 총무는 중소 피혁회사에 다니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느라 요즘 눈코 뜰 새도 없다. 회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토요일 저녁 7시부터 4시간 동안 전수회관에서 '맹연습'을
해왔다. 송아지역(役)을 맡은 정 총무는 멍석을 뒤집어 쓰고 이리저리
뛰고 넘어지는 시늉을 수 없이 반복했다. 1시간 정도 연습하고 나면 추운
겨울에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정 총무는 "젊은 네가 송아지 멍석을
쓰고 흥을 띄워라"는 마을 어른들의 말을 듣고 벌써 20년째 송아지 역을
맡고 있다.
'양주소놀이굿'은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의 우마(牛馬 ) 숭배사상과
무속(巫俗)신앙이 결합, 특히 소의 등장이 특징인 일종의 경사굿이다.
무녀, 마부가 소리와 재담을 섞어 시종 흥을 돋우고 큰소와 송아지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이 재미를 더하는 내용으로, 굿을 통해 악귀(惡鬼)를
쫓고 풍년과 자손번창 등을 기원한다.
"서울 일부지역,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도 소놀이굿을 했어. 하지만
양주에서 가장 잘 보존돼고 있지. 마을 늙은이들이 아직도 혼내면서
가르칠 정도야."
보존회 최고령이자 유일한 기능 보유자인 고희정(82) 옹은 70여 년
전부터 양주군을 돌아다니며 해금을 배워 지금까지 소놀이굿
악사(樂士)로 활동하고 있다. 연로한 탓에 연습에는 자주 참가 못하지만
회원들과 만날 때면 엄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아들 고진기(37)씨에게도
"애비는 쓰러질 때까지 해금 켤 것이니 너도 소놀이굿에 들어가라"며
큰소 역할을 시켰다.
회원들 중 최연소인 김광희(33), 김재종(33)씨도 큰소 역을 맡는다. 매년
정기공연때 이곳을 찾은 500여명의 관객들에게 역시 소가 최고 인기다.
큰소에는 4명, 송아지에는 2명이 들어가 맨 앞 사람은 소머리를 잡고 맨
뒷사람은 어깨 넘어로 소꼬리를 흔들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춰 온갖
익살을 부린다. 소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공연 내내 끊이지 않는다. 무속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전수회원 4명도 경사굿의 신명을 더한다.
회원들은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경기도 일대를 돌며
순회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21일 정기공연은 양주군(☎
031-820-2471), 소놀이굿 전수회관(☎ 031-879-5969, 6360)에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날 공연에선 국가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경기도무형문화재 27호 '상여와 회다지소리'도 함께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