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사건에 있어 최씨 주장의 진위규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중요 국가기관들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밝히는 일이다.

'거대한 배후 '를 가장 의심케 하는 것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의 돌연한 해외도피다. 그는 자신에 대해 뚜렷한 범죄혐의가
제기되기도 전에 갑자기 사무실의 수첩과 자료들을 몽땅 챙겨 홍콩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는 그가 어딘가 거역할 수 없는 곳으로부터 강력한
도피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그가 출국전에 만난 청와대 비서관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최규선씨와의 '심야 대책회의 '에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상세히
밝혀내야 한다.

또하나는 98년 최씨가 사직동팀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된 경위다. 최씨는 이 과정에 힘을 써준 인물로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목했다. 거론된 당사자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최씨의
말은 사직동팀의 업무흐름에 비춰볼 때 전혀 터무니없는 날조로만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의혹은 김홍걸씨의 사건개입 의혹과 직결돼있기
때문에 결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최규선씨가 '대책회의 '도중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을 호소한
것도 심상치 않은 사안이다. 일개 민간 사업가가 대뜸 최고정보기관의
수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적인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국정원장은 전화를 받고 그 요청을
거절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화내용이 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 여러 '게이트 '들에서 국민은 범죄자와 수사권자, 국가기관
공직자들이 형님 동생으로 어울려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최규선 사건은 이런 모습이 이 정권에서 아예
일상화해버렸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