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따라 골라 던진다.
애리조나 '언히터블' 김병현(23)이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았다.
김병현의 메뉴판에는 크게 6가지 구질이 적혀 있다. 패스트볼, 업슛(떠오르는 커브), 슬라이더, 꽈배기 패스트볼, 체인지업,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이다. 마지막 세가지는 올시즌 새로 추가한 구질이다.
꽈배기 패스트볼은 일반 직구보다 2, 3㎞ 더 빠른 시속 150㎞ 초반으로 끝에서 갑자기 타자의 눈에 가깝게 보이며 솟아올라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제격이다. 슬라이더와 반대로 왼손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신무기 체인지업은 제구가 완벽하다. 최근에는 실험적으로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는 보통 강속구를 기본으로 1~2개의 변화구를 밑천으로 먹고 산다.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직구 외에 방망이와 20㎝ 이상 차이 나게 떨어지는 커트 패스트볼에 의존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롭 넨과 애너하임의 트로이 퍼시발은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찍어누르다가 간간이 슬라이더(롭 넨)와 커브(트로이 퍼시발)를 곁들일 뿐이다. 시애틀의 사사키도 시속 150㎞의 직구와 포크볼 두가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트레버 호프만이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키이스 풀크는 특이하게도 직구 최고 시속이 140㎞ 중반을 넘지 않는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 등 비교적 다양한 공을 던진다. 그러나 호프만이나 풀크도 실전에서 여섯가지의 공을 던지지 않는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투구폼을 가졌다. 거기다 언제 무슨 공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시즌 초반 방어율 제로와 무4사구의 순항을 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박진형 특파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