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남미 출신 3인조 밴드 ‘타후안틴수요 ’의 길거리공연을 감상하고 있다.<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15일 밤 10시, 광화문 지하도에 울려퍼지는 남미음악이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남미출신 3인조 밴드 '타후안틴수요(잉카의 땅)'가 빠른
템포의 축제음악 '말라쿤와와파'를 연주하자 관람객10여명이 어깨를
들썩이고, 손뼉을 치면서 장단을 맞췄다.

에쿠아도르 출신 호세(28), 페루 출신 안젤(30)과 에우세비오(34) 등
3명으로 구성된 이들 '거리의 악사'가 이곳에서 거리연주회를 가진
것은 지난 1월부터. 각자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연주활동을
하던 이들은 지난 99년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행사장에서 서로 다른
밴드에 소속된 상태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3년이 흘러 올 1월 초
개별적으로 연주여행을 하다 우연히 서울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밴드를
조직했다.

이들의 주요 레퍼토리는 귀에 익은 남미음악 '엘 콘도 파사'
'라밤바' '람바다'와 한국가요 '사랑으로' '사랑을 위하여' 등.
인기가 높아지면서 앞 좌판에는 관객들이 노래값으로 던져준 1000원짜리,
5000원짜리 지폐가 수북이 쌓일 정도이다.

'타후안틴수요'가 사용하는 남미악기는 께나(피리종류), 삼포냐(팬
플루트의 일종), 차랑고(작은 기타). 또 오카리나(도자기로 만든 악기),
차차스 등도 사용한다. 이들은 공연 사이사이에 '학교종' '떴다 떴다
비행기' 등 동요를 익살스럽게 연주하며 악기와 CD를 관객들에게 팔기도
한다.

발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며 음악을 듣고 있던
조영대(趙泳大·40·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인디오 청년이 안데스
산맥에 있는 고향마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곡 '엘 싸리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세 사람의 연주실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평소 남미음악과 악기에 관심이 많다는
오가영(吳佳泳·여·24·고양시 일산구)씨는 "삼포냐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며 안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관객들의 반응을 묻자 호세는 "수줍음이 많아 처음엔 별로 호응이
없지만 한두 사람만 앞장서면 곧 열정적인 분위기로 바뀐다"고 했다.
이런 점이 좋아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수차례나 된다. 안젤과
에우세비오는 "남미음악을 사랑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술 취한 사람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노점상들이 '장사에 방해된다'고
말할 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