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북동부 지역에는 길이 50㎞에 폭 8~12㎞ 정도인 반도 전체가
수도원 자치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 있다. 흔히 아토스 수도원
지역으로 불리는 이곳은 9세기부터 수도승들이 모여들어 속세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래 외부인들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지금도 10~14세기에 건립된 20개의 고풍스런 수도원이 남아 있어 옛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으며, 전 세계 정교회 신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힌다.
▶이 지역이 특히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출입이
절대 금지돼 있다는 이색적인 사실 때문이다. 남자들은 사전 허가를
받아 15일간 머물 수 있지만, 여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해안에서 500m
이상 떨어져 구경하는 것이 고작이다. 심지어 이 지역에는 동물도
암컷은 반입할 수 없다. 이는 1060년 비잔틴 황제가 이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칙명을 내리면서 수도행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94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전통인 셈이다.
▶역사와 규모면에서 아토스와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도 430년
가까이 유지돼 왔던 금녀(禁女)의 성역이 최근 무너졌다고 해서 화제다.
안동 도산서원이 최근 서원 내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던 상덕사(常德祠)에 대한 부녀자들의 참배를 허용키로 예법을
고쳤다고 한다. 1574년 도산서원이 조성된 이래 처음이다.
▶상덕사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과 선생의 수제자였던 월천(月川)
조목(趙穆)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 '색부득입문(色不得入門)'이라는
원규에 따라 여성의 출입을 금지해 왔지만,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원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20세기 들어 여성운동의 활성화로 사회 각 분야에서 금녀의 장벽이
대부분 무너졌지만 유독 종교분야는 변화를 수용하는 데 더딘 편이다.
예를 들어 가톨릭이 아직 여성사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슬람
등 다른 종교에도 금녀(禁女)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종교는
아니지만 유교도 여성문제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다.
이번 도산서원의 결정은 "성현도 시속을 따른다"는 식으로, 유학을
현대적 기준에 맞추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