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가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소개하는 마을이 있다.
경기도 화성의 매향리. 마을 앞바다 농섬으로 지는 노을은 한폭
그림이다.

그러나 현실속 매향리는 평일이면 미공군 전투기의 폭격 굉음속에
살아야한다. 옆사람의 목소리도 목 터지게 외쳐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미공군 폭격장이 자리하고 있는 탓이다. 난청에 시달리고,
오발로 주민들이 다쳤고, 가축들이 유산하는 탓에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폭격장 폐쇄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바닷가에서 조개잡고 땅을 일구며
농사짓는 일밖에 모르던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해 시위라는 것도 해봤고
더러 옥살이도 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제기한 소송이 승소해 '병아리 눈물' 같은 규모지만
정부의 보상도 받았다. 더욱 반가운 일은 진절머리 나는 시위 대신
문화적으로 매향리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주민들의 바람을 접한
예술가들이 두팔 걷고 나선 것이다. 매향리 음악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했고 테너 최승원, 소프라노 김인혜, 실내악단 화음(畵音)이 평화의
땅 매향리를 염원하는 음악회에 흔쾌히 시간을 냈다. 이들은 관객과 함께
매향리의 아픔을 다독이고, 지구촌 평화까지 생각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5월 8일 저녁, 관광버스를 타고 자신들을 위한 음악회에 초대될
매향리 주민들은 서울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 울려퍼질 평화와 자유의
선율 앞에서, 과연 어떤 심정일까. '자유와 평화-매향리 음악회'는
소리높여 외치는 구호보다 더 절절하게, 갈등과 반목의 세상을 녹여내는
큰 울림의 음악회가 될 것이다.

( 이윤수·KBS ‘문화읽기’ 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