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은 혼자보다 남과 같이 협력해
일을 도모하는 것이 더 좋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96년 5월 31일
2002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가 결정됐을 때, 양국은 물론 스위스
취리히 FIFA 사무국에서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얼마 후 한국과 일본에는 각각 월드컵조직위가 출범했고, 곧 2002년을
향한 180여개의 준비사업에 착수했다. 양국과 FIFA 실무자들은 입장권
판매에서부터 미디어·수송·숙박·안전·해외홍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개최 정신을 살려가야 하는 숙제를 떠맡게 됐다.
'한·일 공동개최는 마치 두 차례의 월드컵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
같다'는 한 FIFA 실무자의 푸념은 3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공식포스터 제작은 하나의 좋은 예. 개막 300일 전에 발표된
공식포스터는 FIFA가 표현하고자 하는 축구의 열정과 양국의 문화를
균등하게 담아 하나의 작품에 반영시키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각 조직의
전문가들과 세계적인 디자인회사 인터브랜드(Interbrand)사가 수십
차례의 회의와 토론, 협상 끝에 드디어 공식포스터를 발표했다. 하지만
축구장 형상 안의 둥근 공식 엠블럼이 붉은 색이어서 일본 국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국측의 항의를 받고 수정된 사례가 이러한
공동작업이 얼마나 힘든가를 잘 나타내준다.
때로는 한·일이 하나가 되어 FIFA에 강하게 항의도 하고, 때로는 FIFA가
나서 두 나라간의 이견을 중재하기도 한다. FIFA가 한국 실무자에게
'한국이 일본보다 준비작업이 앞서 있다'고 격려해 주는 일도 있고,
일본 실무자에게 한국 상황을 귀띔해주는 일도 있다.
세 명이 종잇장을 맞드는 건 두 명이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서로 키가
다를 수도 있고, 평소 걷는 속도나 습관도 다를 수 있고, 심지어
손가락의 힘도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002 월드컵
준비는 그런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 최범석 /월드컵조직위 사업국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