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중국 여객기 추락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항공기 날개 주변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金海=<a href=mailto:yw-kim@chosun.com>/김용우기자 <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아요. (비명소리) 빨리 119구조대와 경찰에 연락해주세요.”

15일 오전 11시30분쯤, 중국 에어차이나 여객기에 탑승한 경산대 이강대(李康大·42) 교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대구 기린여행사에 전해졌다. 이 교수가 급박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비행기 사고 소식을 여행사 김유석(38) 상무에게 알리며 도움을 청한 것. 김 상무는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린 뒤 전화가 끊겼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즉시 에어차이나 대구사무소에 연락했다. 이 교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팔과 허리에 중상을 입고 김해 자성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산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로 중국통인 이 교수는 지난 12일 학술회의 참석차 중국에 갔다가 이날 귀국하는 중이었으며, 기린여행사의 자문위원이다.

사고 항공기가 중국 베이징 공항을 이륙한 것은 15일 오전 9시20분(현지시각 8시20분). 오전 11시30분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항공기는 사고 직전까지 ‘순항’ 중이었다.

“5분 뒤 착륙할 예정입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김해공항을 향해 접근하던 오전 11시20분쯤 기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창밖으로 비가 뿌렸고 희뿌연 안개로 지상이 잘 내려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은 마중나올 가족·친지들을 만난다는 설레임 속에서 여행 마무리 채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뚝 떨어지듯 요동을 쳤다. 승객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순간이란 생각을 했으나, 비행기는 금방 안정을 되찾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다시 비행기가 출렁하더군요. ‘사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좌석 뒤로 머리를 숙인 직후 비행기 날개가 나무를 자르는 듯 ‘퍽, 퍽’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윤경순(40)씨는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사고를 직감한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승객들은 기장이 추락하는 비행기 기수를 올리기 위해 출력을 급상승, ‘위잉’하는 엔진소리를 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중국 동포 박선철(朴先哲·30)씨는 “비행기 창밖으로 나무가 보여서 비행기 도로(활주로)가 산과 이렇게 가까운가 싶었는데, ‘꽝’했다”고 전했다.

이미 정상 항로를 이탈한 비행기가 비구름 속에서 방향을 잃고 산중턱을 향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땅으로 빨려들어가듯 비행기가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효수(金孝秀·34·여행사직원)씨는 “순식간에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고, 살려달라는 승객들의 비명으로 평화롭던 기내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했다.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가족·친구의 손을 잡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잠시 뒤 비행기 잔해에서 ‘펑’하는 폭발음이 잇따라 들렸고, 잔해에서 도망치듯 달아나던 사람들은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탑승객들의 운명이 생(生)과 사(死)로 갈린 마지막 1분이었다.

( 金海=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