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마무리 맞아?"
애리조나 '언히터블' 김병현(23)이 꾹꾹 누르고 있던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계속된 봅 브렌리 감독의 석연치 않은 투수 기용 때문이다.
김병현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14일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3연전 내내 희한한 대접을 받았다. 나가지 말아야 할 때는 내보내고, 막상 꼭 필요한 순간에는 발목을 묶어놓는 '청개구리식' 용병술이 바로 그것.
김병현은 14일 경기에서 확실한 세이브 찬스를 잡았지만 몸만 풀다 말았다. 5-5로 맞선 연장 10회초 애리조나가 크리스 도넬스의 2타점 우월 3루타로 7-5 역전에 성공했으니 10회말은 당연히 마무리 김병현이 등장할 차례였다.
그러나 브렌리 감독은 9회부터 등판한 왼손 언더스로 중간계투 마이크 마이어스에게 끝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결국 마이어스가 잘 막아 7대5 승리는 굳어졌지만 마무리투수의 자존심은 휴지처럼 구겨졌다.
평소 인터뷰를 먼저 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게 관례였지만 이날 김병현은 경기후 곧장 웨이트트레이닝룸으로 사라져 20분 이상 운동부터 하고 나타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김병현은 "만일 매트 맨타이가 돌아온 뒤 중간계투로 가라면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러나 내게 마무리를 맡겨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보내지 않는 것은 못 믿는다는 얘기 밖에 더 되겠느냐"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위기를 파악한 봅 브렌리 감독과 척 니핀 투수코치는 이례적으로 경기후 통역 주승철씨를 찾아와 해명을 했다.
브렌리 감독은 "브렛 프린츠가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남은 투수가 김병현 밖에 없어 10회말 동점이 됐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김병현은 "프린츠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고,벤치의 지시에 따라 몸까지 풀었다"며 끝내 수긍 하지 않았다.
김병현은 지난 12,13일 이틀 연속으로 세이브 요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12일 등판은 4일을 쉰 탓에 감각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치더라도 13일은 전혀 나갈 이유가 없는 경기였다. 8-3으로 앞선 9회말 1사후 주자도 없는 상황에서 등판해 1안타와 삼진 2개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올시즌 4게임에서 3⅔이닝 동안 탈삼진 8개 포함해 방어율 0.00의 완벽한 피칭을 하고 있는 김병현이지만 이런 식의 투수 기용이 계속된다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 덴버(미국 콜로라도주)=스포츠조선 박진형 특파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