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어른에게는 '문화'가 없다. 아니 있기는 하되 제대로 된
문화가 없다.

가족문화라고 해봐야 텔레비전 시청이나 이따금 외식이 고작이다.
직장문화는 어떤가? 1차, 2차 거듭할수록 몸과 정신이 망가지는 소모적인
놀이 문화, 폭탄주와 노래방·고스톱으로 이어지는 회식문화가 전부
아닌가.

어른 문화의 빈곤은 '압축적 산업화 과정'의 결과다. 외형적 성장
제일주의는 일에만 매달리는 '회사인간'을 요구했고, 여가와 문화
향유를 등한시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제 제대로 된 어른 문화를 만들자.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이에 걸맞은 어른 문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코리아 프로젝트 2020'
기획팀의 네번째 제안이다.

문화(Culture)는 '마음의 경작(Cultivation)'이다. 소비하고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충전하고 생산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성숙한 어른
문화가 꼭 고급문화일 필요는 없다. 고급과 저급문화의 이분법도 문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의 다양성과 개성을 살리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전 국민이 '1인 1문화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각자 한가지씩 좋아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림, 악기
연주, 노래, 연극 무엇이든 좋다. 또 이를 발전시켜 '1인
1페이트론(Patron·후원자) 운동'을 펴나가자. 국민 모두 문화활동을
하나씩 골라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어른에겐 '문화'가 생기고 문화
종사자는 든든한 격려자를 얻는다.

또 직장과 동네 단위로 '풀뿌리 문화동호모임'을 활성화하자. 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몸에 배기까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문화동호회에 가족 단위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모범적인 문화모임에 보조금을 주는 등 지원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활동 체험을 그 사람의
'캐리어(경력)'로 인정해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제 낭비적이고 획일적인 어른문화와 결별하고 다양한 직장·가족·부부
문화를 만들어 보자.

( 김호기 연세대 교수·2020기획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