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이후 5년 동안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요금은 평균 100% 가까이 올랐다. 최근에도 아시아나가 작년 말 제주행 일부 노선을 5~20%, 대한항공은 이달 초 6~21% 인상했다. 허가제이던 요금 결정이 신고제를 거쳐 자율화된 영향이 컸다.
제주도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주민의 93%가 뭍 나들이를 비행기에 의존하는데 앉은 채 자꾸 당할 수 없다”는 것. “요금만 자꾸 오를 뿐 주말·성수기에 표 구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란 불만도 크다. 작년 3만명이 모여 요금인상 규탄대회를 열었고, 16만명이 서명운동도 벌였다. 하지만 두 항공사의 요금 인상은 계속됐다.
◆ 도민(道民)의 항공사 설립
제주도는 결국 항공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회사 이름은 가칭 ‘제주지역항공’. 요금 싸고 스케줄 짜기도 편한 ‘도민의 항공사’로, 2004년 운항이 목표다. 제주도청 강관보(姜寬保) 교통행정과장은 “기존 항공사들의 한계를 보완하는 저비용 구조의 소형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이은, 사실상의 제3항공사이다.
이미 기본계획도 나왔다. 비행기를 한 가지만 써서 승무원 훈련과 정비 비용을 줄이고, 관리직 인원을 최소화한다. 음료수 무료제공과 같은 기내 서비스가 없고, 신속한 출발을 위해 화물도 따로 처리하지 않는다. 타당성조사를 맡았던 교통개발연구원 허종(許琮) 박사는 “미국에서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사들의 운영 방식”이라며 “그 대신 요금을 현재보다 최고 30%까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프로펠러기의 재등장
제주도는 터보프롭 엔진 2개를 장착한 50인승급 프로펠러 여객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단 5대를 사들여 김포(하루 14회·비행시간 70분)와 광주(하루 23회·비행시간 30분)부터 운항한다는 것. 그 뒤 5대를 더 들여와 김포·광주 횟수를 늘리고, 부산과 청주에도 취항할 예정이다.
프로펠러 여객기는 대한항공의 포커-27(52인승)을 마지막으로 80년대 후반 국내에서 사라진 상태. 하지만 제트기보다 연료 효율성과 안전성이 뛰어나 외국에선 단거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 제주항공 이륙할까
하지만 실제 취항까지는 갈 길이 먼 편이다. 도 의회의 투자승인을 받아야 하고, 기업 형태도 직영·공사·공단·민영(제3섹터) 가운데 정해야 한다.
항공운송사업자 등록을 위한 요건들도 갖춰야 한다. 계산대로 4~5년이면 흑자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재분석도 필수적이다.
제주도의 항공사 설립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다소 냉소적이다. 항공 비용구조에 비해 국내선 요금 수준이 너무 낮아 어떤 비행기를 어떻게 운영해도 흑자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두 항공사는 작년 국내의 모든 노선에서 총 2150억원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측은 “흑자는 고사하고 적자라도 크게 줄일 방안이 있다면 벌써 도입했을 것”이라며 “근래 요금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