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낚시

(148~158)=조훈현은 타개, 유창혁은 공격이 주 특기로 돼 있지만
오늘 바둑의 종반전은 역할이 바뀌었다. 조훈현의 빈틈 없는 공격에
유창혁의 대마가 휘청거리는 상황. 관전객들이 "어, 어" 하는 사이
거대한 흑 말이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검토실의 일부 기사들은
이미 '사망 진단'을 내린 상태다.

흑이 필사적인 손길로 ▲에 갖다 붙인 장면. 그러나 148이 용의주도한
피니쉬 블로였다. 이 수로 158 쪽에서 받으면 어떻게 될까? 바로 그것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코스다. 참고도를 보자. 6 이후 계속 잡으려면
7로 파호해야 하는데, 그 때 8에 이어 A와 B를 맞보기로 대마는
'용궁'을 탈출하는 것. 이 그림은 말할 것도 없이 역전이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기사들은 조 九단의 손길이 몇 차례 158쪽으로
향하다가 기어이 148에 '안착'하더라며 웃었다. 프로들의 은어로
'낚시질'이다. 어쨌거나 LG배 사상 기록에 남을 만큼 엄청난 공룡은
기어이 절명했다. 149 이하는 패배를 확인하는 의식(儀式). 158이 놓이고
얼마 후 대국장이 조용해졌다. 유창혁이 계시원의 빗발같던 초읽기를
제지한 것. 패배 선언의 또 다른 방법이다. (156…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