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농구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되는 지난 97∼98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벌이는 승부 끝에 현대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10여년 동안 이어져온 '기아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패장이었던 기아 최인선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이런 말을 되뇌었다. "5분만 뛰어줬어도." 그 때 기아의 용병은 원년 드래프트 1순위 클리프 리드와 새내기 센터 저스틴 피닉스. 그런데 피닉스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갑자기 "아프다"며 나자빠졌다. 4강 플레이오프까지 멀쩡했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부상을 핑계삼아 출전을 거부하는 이유는 뻔하다. 언더테이블 머니. 그러나 IMF 사태로 법정관리 상태였던 기아는 그에게 뒷돈을 댈 여유가 없었다. 허 재가 눈부신 부상투혼을 펼쳤지만 용병이 빠진 승부는 보나마나였다.
그리고 정확히 4년 뒤. SK 나이츠를 이끌고 챔피언에 다시 도전하는 최 감독은 이번엔 정반대의 이유로 눈물을 글썽인다. 에릭 마틴의 투혼 때문이다.
왼무릎에 피로골절이란 고질을 갖고 있던 그는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른무릎마저 다쳤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충분한 휴식만이 유일한 치유책. 그런데 그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챔프전에 뛰겠다"고 우겼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최 감독도 말릴 여유가 없었고, 결국 그는 지난 9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 앞서 치료를 받는 중에 오른무릎에서 물을 30㏄나 뽑아냈다. SK 나이츠 트레이너는 "진통제 약효가 사라지면 엄청난 고통을 호소한다"며 그의 투혼에 혀를 내둘렀다.
<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