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은 국내 팬들에게 '20세기 최고의 메이저리그 스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대다수 팬들은 홈런왕 베이브 루스나 행크 애런을 꼽을지 모른다. 또 어떤 팬들은 투수 박찬호(29)를 통해 국내팬들에게 자주 거론된 사이 영이나 샌디 쿠팩스, 놀란 라이언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루 게릭(1903∼1941)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난 99년 10월 포지션별로 실시한 '20세기 올스타팀(All-Century team)' 팬투표에서 1루수 루 게릭이 최다인 120만7992표를 획득해 20세기 최고 스타로 공인 받았다. 2위는 베이브 루스(115만8044표), 3위는 행크 애런(115만6782표)이었고, 투수부문 1위에 오른 '강속구의 대명사' 놀란 라이언은 99만2040표로 총 25명 가운데 7위에 랭크됐다.
루 게릭은 뉴욕 양키스 시절 MVP와 타격 3관왕 각 한번, 그리고 세차례 홈런왕과 다섯차례 타점왕에 오르면서 베이브 루스와 함께 공포의 타선을 구축해 화려한 '양키스의 영광'을 이룩했던 주인공이다. 근소한 표 차이지만 루 게릭이 20세기 최고의 스타로 선정된 것은 이같은 타격성적 못지 않게 1925년부터 39년까지 2130게임 연속경기 출전기록이 더 큰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루 게릭의 이 기록은 지난해 10월 은퇴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칼 립켄 주니어에 의해 95년 9월 깨졌지만 철인((Iron Man)이라는 닉네임은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양키스의 자랑(Pride of the Yankees)'인 루 게릭의 기록을 깨지말라'는 기사를 쓸 정도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맨중의 한 사람이 루 게릭이었다.
루 게릭이 14년간 5082일 동안, 그리고 칼 립켄 주니어가 82년부터 98년까지 17년간 2632게임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큰 부상 없이 개근 출전한 것은 프로선수로서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프로선수들이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꼽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선수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아닌 부상이다. 한시즌을 부상없이 그라운드를 마음껏 달리고 싶은 것은 모든 선수의 가장 절실한 소망이다. 부상은 선수 개인에게는 물론 팀에게 치명적인 전력 손실을 가져오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지난 5일 개막돼 9일부터는 8개팀이 초반 기선잡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벌써부터 몇몇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되거나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해 장기레이스를 앞둔 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실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지금이 부상에 가장 유의해야 할 때다. 시즌 초반이어서 스타와 신인선수들은 물론 모든 선수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 쉽다. 더구나 평일은 야간경기이고, 황사에다 날씨 또한 변덕스럽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계절별 부상 위험도는 봄이 35.4%로 가장 높고, 여름이 25.6%, 가을이 23.8%, 겨울이 15.2%순이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봄에는 체력강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실전 적응의 어려움이 겹치는데도 의욕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무리한 훈련과 과욕은 절대 금물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했다. 뜻밖의 부상으로 한해의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지어다. < 조이권 스포츠조선 대기자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