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첫번째 여성 장례지도사인 강유리(22)양은 주로 여성의 시신을
염습한다. 젊은 처녀가 시신을 다루는 것이 무섭지는 않을까 싶지만,
강씨는 "시신에게 말을 걸면서 염습하다 보면 죽은 사람이라기 보다
내가 아는 분 같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할머니를 염할 때는 "할머니 이제 우리 입관할
시간이이에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고 한다.
작년 12월말부터 을지대학병원에서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강씨는 상담,
안내, 시신의 위생처리, 염습, 발인등 장례에 관한 모든 절차를
처리한다. 사무적인 일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은 유족의 슬픔을
나누고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고인을 모시는 일이다. 그래서 시신의
상처나 멍자국을 없애고 메이크업 하는 일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한평생 즐거웠던 일, 슬픈 일, 힘든 일 다 겪고 가는 마지막 고귀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장례를
치뤄준다.
직업이 특이하다 보니 호기심많은 사람들의 질문과 때때로 차가운 시선도
받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분들을 도와드리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강씨는 "어리다고 유족들이 무시할 때도 있지만, 여자라서 나쁜
점은 힘이 부족해서 관을 잘 못 든다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강씨는 다른 과에도 합격한 상태였지만 평소 봉사활동을 즐겨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주저하지 않고 장례지도과를 선택했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지만 나중에는 돈을 안받고 고인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봉사하는 마음이 투철하다.
강씨의 등장으로 '죽어서도 남자에게 몸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대부의
전통을 살려 여성에 대한 장례를 여성이 치뤄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8일 개소식을 가진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은 강씨를 비롯, 구성원 5명
모두가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한 새내기로서, 장례의
전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웃돈을 요구하거나 어둡고 비위생적인 시설등
후진적인 풍토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팀장 이상구
장례지도사(34)는 "장례의식은 죽은 자를 아름답고 깨끗하며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는 의식"이라며 "학교에서 배운대로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장례의식으로 새로운 장례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