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에서 불법행위가 저질러졌을 경우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설령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본 고베(神戶)철강 최고 경영진들은 회사에
3억엔(약 30억원)이 넘는 돈을 물어주게 됐다.

일본 고베 지방법원은 5일 고베철강 주주들이 1999년 당시 경영진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을 '화해'로 매듭짓고, 경영진 6명은 회사에 총
3억1000만엔을 물어주도록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주주들의 요구를 거의 전면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고베철강은 90년부터 99년까지 약 10년간 주주총회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른바 '총회꾼'들에게 돈을 주어 주주총회를 매년 무사히 넘겨왔으나
결국 발각됐으며, 주주들은 회사의 돈을 불법적인 곳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시 경영진을 고소했었다.

재판부는 화해에 앞서 이례적으로 '의견'을 내고 "기업 경영자가
사내의 위법행위를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자는 사내의 위법을 감시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를
게을리한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재판부가 제시한 것은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불법사실을 몰랐다'는 핑계로
책임을 벗어나는 종래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며 "최고경영자의
책임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東京=崔洽특파원 pot@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