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맞아,고래얍!

이금이 지음 / 이형진 그림 / 푸른책들 / 7000원


이금이의 동화집 '내 말이 맞아, 고래얍!'은 '세상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작 '아이스케키와
수상스키'에서 어린이들에게는 또래들의 동심 가득한 세상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의 미소를 선물했던 그는
이 책에서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여전히 꼬마들 세상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표제작 '내 말이 맞아, 고래 얍!'은 아이들의 다툼이 빚어낸 작은
소동을 아이들다운 방식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동찬이가
고우니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아빠는 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속이
상한다. 고우니 언니 푸르니를 "무조건 동생 편을 들어야 한다"고
혼내고, "아들 가진 유세를 한다"며 동찬이 아빠도 비난한다.
고우니에게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며 "얍, 얍!" 하고 동찬이를 때리라고
가르친다.

아이들 싸움을 두고 복수하라고 가르치는 아빠의 말은 부조리하다.
작가는 상처 소동 후에 동찬이의 집에 놀러 간 고우니가 금붕어를 보고
"내 말이 맞아 고래 얍!"이라고 억지부리는 장면을 보여주며 아이들
싸움의 하찮은 빌미와, 그런 싸움에 복수 따위나 하는 것의 무의미함을
함께 지적한다. "아이들 싸움이란 게 다 이런 수준 아니냐"는 이금이
식 타이름이다.

'엄만 누구 거야?'와 '거울아, 거울아'는 가정에서 엄마가 갖는
의미와 엄마의 '한 여자로서의 정체성'이라는 조금 어려운 문제를
담았다. 엄마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두 딸의 다툼, 그 사이에 비록
장난이지만 "너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는 내 거였다"라고 말하는
아빠. 그러나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딸'로만 존재해온
엄마에게도 '나'는 있다. 남편과 딸들에게 둘러싸인 엄마는 "엄만,
누구의 것도 아니야. 엄만, 엄마 거야"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거울아,
거울아'는 미녀 탤런트인 친구 엄마를 본 뒤 평범한 엄마를 무시하는
딸들과, 광고 모델을 보며 침을 흘리는 남편을 향해 펼치는 엄마의 작은
반란극. 아빠와 딸들은 살림을 돌보지 않고 미모 가꾸기에 나선 아내와
엄마의 태업 때문에 고생하다 결국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의
가치인지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