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지훈련을 통해 히딩크호의 골문은 한층 촘촘해졌다는 평을 들었다. 세차례 평가전에서 무실점. 김병지(32ㆍ포항)가 두 경기(튀니지, 터키전), 이운재(29ㆍ수원)가 한 경기(핀란드전)에 나서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홍명보가 가세해 한층 탄탄해진 수비진의 덕을 보기도 했지만 두 수문장은 경쟁하듯 최후방을 믿음직스럽게 지켰다. 한동안 이운재가 독주하던 주전경쟁도 다시 '2강 체제'로 회귀했다.
◆김병지의 부활
이번 유럽 전훈에서 홍명보 못지않게 뜬 선수가 바로 김병지. 지난해 1월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하프라인까지 공을 몰고 갔다가 상대에게 뺏겨 갓 취임한 히딩크감독의 눈밖에 났던 김병지는 1년여만에 완벽한 '복권'에 성공했다.
노장의 자존심을 되찾고 보니 이제 히딩크 스타일에 더 맞는다는 칭찬도 들린다. 대표팀의 스리백(또는 포백) 일자형 수비는 골키퍼에게 폭넓은 공간을 허용해 김병지처럼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한때 튀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병지지만 이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2강 구도 확립
지난 골드컵때만 해도 골키퍼 경쟁에서 이운재가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이운재가 8강전(멕시코전) 승부차기에서 두개의 슛을 잡아낸 반면 김병지는 준결승 코스타리카전에서 어이없게도 3골을 허용, 극적인 대조를 이뤘기 때문. 주전경쟁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유럽전훈을 계기로 2강 체제가 다시 도래했다.
이운재는 올해 히딩크호가 치른 A매치 9경기중 5경기에 나서 6골을 내줬다. 성적은 2승3패. 김병지는 4경기에 나서 3골을 내줬고, 성적은 3무1패. 3골은 모두 코스타리카전에서 허용한 것이고 무승부 3경기에서는 한골도 먹지 않았다.
이운재가 약간 주춤하고 있는 사이 김병지가 어느새 치고 올라온 형국.
화려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김병지와 침착하고 미더운 이운재. 색깔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두 골키퍼의 선의의 경쟁으로 히딩크감독은 상대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최종 엔트리는 누구?
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중 골키퍼 몫은 3장. 현재 김병지 이운재외에 김용대(23ㆍ부산)와 최은성(31ㆍ대전)이 남은 한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용대와 최은성 모두 '2강'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어 진검승부를 펼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둘다 실전감각이 떨어져있다.
최종 엔트리 경쟁에선 그래도 김용대가 유리해 보인다. 골키퍼의 재능을 고루 갖춰 일찌감치 차세대 간판으로 지목돼온 김용대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한-일전 등 몇차례 국제경기 경험이 있는데다 나이도 젊어 체력적으로도 유리하다.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h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