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1년에 딱 한번만 볼 수 있다. 멍석깔고 교자상에 돼지머리와 시루떡, 병풍까지 세워놓으니 부족할 게 없다. 3일 아침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진 LG의 2002시즌대비 고사 풍경이다.
고사상을 내려다보는 병풍엔 하얀 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올시즌 소원이 담긴 쪽지들이다.
김성근 감독은 '무상(無傷) 70승'을 적었다.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한 해동안 잘 뛰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70승이면 4강은 족히 넘친다"는 해석.
양상문 투수코치는 '팀방어율 4.02 이하'. 희망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분석이다.
투수 최원호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큼지막한 글씨로 '노히트노런'을 써내 가장 큰 배포를 과시했다. 그 옆엔 '최고의 미들맨' 최창호. 신인 안치용은 용감하게 '연봉 100% 인상'을 적어내 올시즌 대활약을 예고(?)하기도. 유지현은 주장답게 'V3'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담았다.
고사가 끝나고 다른 선수들이 소망쪽지를 불에 태워 날릴 때, 쪽지를 내지 않은 이병규와 김재현은 그저 바라만보고 있었다. 이병규는 소망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역시 '노 코멘트'. 김재현은 "실력외엔 믿을 게 없다"며 '결의'를 밝혔다.
이날 고사상엔 용병들을 위한 구단측의 배려(?)인지 바나나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스포츠조선 곽승훈 기자 europ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