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정윤기(32)씨는 하늘색 자켓에 흰 바지, 고동색 가방과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정씨 답지 않은 얌전한 옷차림이다. "오늘은
인터뷰가 있어 점잖게 입었어요. 어제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분홍색으로 도배했죠."

스타일리스트란 연예인(또는 유명인)의 머리 모양과 옷 차림을 관리하고,
화보 촬영 시 소품·장소 섭외까지 맡는 전천후 패션 디렉터를 말한다.
때문에 튀는 감각이 필수적이다.

정윤기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연예인들에게 옷을 '입히는'
남자다. 그는 현재 조성모·손예진의 전속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것을
비롯, 김혜수·이혜영·차승원 등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완성해줬다. 고소영·최지우·김정은 등 당대 톱스타들도 화보
촬영 시 그의 조언을 받는다.

옷 입기가 생명인 연예인들과 9년째 호흡을 맞추다 보니, 그의 머리 속은
온통 '옷 잘 입는 법'으로 가득하다. 청담동의 명품샵과 동대문시장을
수시로 오가며 감각을 익히기는 필수. 동대문시장에서 '밀리오레는
액세서리, 두산타워는 수입품, 제일평화시장은 수출용 보세옷'이
장점이라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그는 '반(反) 연예인적 체형'을 갖고 있지만, 옷을 입을 때는 연예인
못지않게 과감하다. 목살을 감추기 위해 터틀넥을 입기 보다, 시원하게
파인 V넥 형태를 입는다. 옷도 핑크·블루·화이트 등 밝은 색을 주로
구입한다. "꼭꼭 감추려다 보면 오히려 둔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신발은 가장 중요한 액세서리여서 300켤레 정도 갖고 있다.

"의식주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의'(衣)잖아요. 옷을 잘 입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