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치키치키치키 차카차카초”
이 감각적이고 흥겨웠던 리듬을 기억하시는지. 우리나라 TV시리즈 사상
가장 열렬히,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았다고 주장해도 별로 반박이
들어오지 않을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 도입부다.
한호흥업에서 지난 90년 처음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 KBS를
통해 총 5탄 54부작이 방송되며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던 어린이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최초 방영때는 시청률 42.8%, 점유율 78%라는 놀라운
수치를 남겼다. KBS 프로그램 중 아직 아무도 깨보지 못한 기록. 만화가
허영만의 원작으로 미스터 손, 저팔계, 사오정의 '현대판 서유기'였던
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전설'이다.
그 '전설'을 잇기 위한 새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제목은 '사오마을
대소동'. 강남구 삼성동 한호빌딩 9층 기획실에서 최지혜 PD는
"후속작을 만드는 우리로서는 그 인기가 오히려 고민"이라고 고백했다.
10년간 노출되면서 손오공, 사오정 등 주인공 캐릭터는 대부분이 기억할
만큼 유명해졌지만, 새 프로젝트가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진부하다, 식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최 PD는 "1년 동안 100개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100년 동안 1개의
캐릭터를 지속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캐릭터의
힘으로 정면 승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의 인기도 시대에 맞춰 발빠른 변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오정'도 대변신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작에서 손오공에 밀렸던(?) 사오정이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예 무대도 사오정 고향 마을이다. 사오정의 옛사랑
'사오순', 사오순을 사이에 둔 연적 '사오남', 사오마을의 엉뚱한
족장 '사오뎅'까지, '동족' 캐릭터들이 개발됐다. 그리고
기획단계부터 시놉시스 공모전(www.hanho.co.kr)을 열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도 이전과 다른 노력이다. 지난번 5탄에서 홍보를
맡았던 예지영(27) PD는 "그 당시 사오정이 친구들과 고향마을을
찾아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그
이야기의 확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방영 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실정에서 미국이나
유럽시장으로의 수출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날아라 슈퍼보드」의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장기 시리즈를 선호하는 구미 방송사의 취향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드물게 50부가 넘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어린이용 프로그램 방송기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최 PD는 "구미에서는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대한 기준이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획단계부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 ‘사오마을 대소동’은?
푸르스름하고 주름진 얼굴에 귀까지 덮은 망토를 쓴 사오정. 남의 말귀를
못알아 듣는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판타지 시트콤 애니메이션이다.
초등학생 대상의 2D 애니메이션으로 30분물 26부작을 계획하고 있다.
연말쯤 60분 정도의 특별판이 먼저 방송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