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내가 한물갔습니까." 지난 3월 30일 LG화재를 제치고
2002현대카드 배구 슈퍼·세미프로리그 우승을 이끈
김세진(삼성화재·28)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대회 전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온갖 '비아냥'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는 후련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슈퍼리그와 V코리아리그에서 부진을 거듭, 주위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 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후배 장병철에게 밀려 벤치를 더
많이 지켰다. 94월드리그 최우수 공격수·슈퍼리그 MVP 2회 등 화려한
명성은 간 데 없었다. 은퇴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의욕이 없었다"고 했다. 일본 진출
좌절도 한몫했다.
하지만 김세진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두 살된 아들
승민과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의 아내 구나연씨에 대한 책임감도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아들과 아내의 이름 첫글자를 의미하는 'K'자를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체력훈련을 했다.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수비체력훈련 등 1주일에 3일을 투자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전성기 못지 않은 점프력을 회복, 상대코트에 비수를
날렸다. 신진식이 부상으로 1차대회를 뛰지 못해 블로킹이 집중됐지만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업부 공격종합 1위에 올랐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블로킹부문에서도 7위를 차지했다.
대회 MVP는 당연한 '훈장'이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팀의
최고참인 김세진이 가장 열심히 해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MVP를 3차례 수상한 김세진은 "배구선수는 20대 후반이면 끝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며 "프로가 출범해도 최고의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LG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3대2로
역전, 3연승으로 6연패(連覇)를 달성했다. 18승 무패로 전승우승을 한
삼성화재는 지난해 1월 이후 이어온 연승행진을 '55'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