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일이다.

꼬박 1년전인 2001년 3월의 국내 신문들을 뒤져보면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LG는 삼성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등장했다.

2002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지금, 셈이 밝기로 국내 톱인 김성근감독은 "지난해보다 전력이 좋아졌다"고 자신하지만 LG는 어처구니없게도 '꼴찌후보'라는 극언까지 섞인 박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신바람야구'의 프론티어를 자부해온 관중동원 1위구단.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전 평가표를 받아쥔 올해지만 그 어느 팀보다 '공은 둥글다'는 진리를 통쾌하게 증명해 줄 가능성을 숨긴 다크호스 전력이다.

▷강점-지키고 버틸 수 있다.

수비가 세다. 이병규에 보태 마르티네스, 이일의가 플러스된 외야는 빠르기와 센스에서 A급. 퀸란과 서용빈의 내야 양날개는 당대 최강이다. 유지현-홍현우의 초반 공백을 손지환 안상준 권용관 등으로 대체할 키스톤도 수비만 보자면 잃을 게 없다.

전포지션에 걸쳐 두터운 백업층도 강점. 철저한 계산과 돌려쓰기가 특기인 김 감독의 용병술과 합쳐져 끈질긴 저력을 발휘할 요소다. 장문석 김민기 최향남에 이어 '5억 거물' 서승화까지. 줄줄이 기다릴 투수가 많은 것도 '버티기 레이스'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약점-'빅카드'가 없다.

타선엔 20홈런을 장담할 대포가 없고 마운드엔 두자릿수 승수를 확신할 관록이 없다. 밸런스있는 타선과 젊은 힘이 탐나는 마운드지만 '중심부재'가 걱정돼서야 높이 쳐줄 수가 없다.

'벌떼야구'의 함정. 시즌 내내 자리 경쟁과 1,2군 왕복에 시달릴 선수들은 심적, 육체적 피로도 관리가 중요하다.

▷변수-스타시스템+김성근야구=홈런 혹은 혼란?

'스타시스템'에 익숙했던 쌍둥이들이 아마야구부 캠프인지 헷갈릴 정도로 땀에 절은 겨울을 견뎌냈다. 김 감독의 '스타 길들이기' 작전에 발맞춰 구단은 8개팀중 가장 박하게 선수 연봉을 틀어쥐었다. 창단 이후 줄기차게 '키우기'에 진력했던 LG가 '거품 걷어내기'로 선수단 운영 방향을 180도 전환한 것은 일대 변혁.

"토양이 다르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LG가 다시 태어난다"는 희망적인 기대가 얼추 반반이다. "선수들의 멘탈 파워가 가장 크게 발전했다"는 김 감독의 자신감은 그라운드에서 확인해 볼 일이다.

▷평가-꼴찌에서 3위까지

허구연 본지 해설위원이 3위로 찍었다. 올시즌 전문가들의 가장 '안전한 선택'인 삼성-현대-두산의 3강 구도를 포기한 최고의 평가. 박노준 본지 해설위원 역시 기아와 함께 3강의 뒤를 받칠 2중으로 꼽아 평점이 후했다. 김성근 감독의 개혁 아래 LG가 변한다는 기대감에 점수를 줬다.

그러나 일반적인 평가는 섭섭하다. 물음표 전력 투성이라는 것이 감점요인. 선발후보 6명의 지난해 합작승수가 고작 9승(이동현 경헌호 4승, 안병원 1승). 유지현-홍현우의 주전 키스톤이 나란히 지난 겨울 몸에 칼을 댄데다 지난해의 '용병 3명 몫'을 대체한 만자니오 외에 전력보강이 전무한 마운드는 온통 '부상 재활파'에 기대고 있다.

타격왕 양준혁이 빠져나간 타선이 오히려 짭짤한 평점을 받는다. 상하위타선에 마르티네스와 퀸란이 가세하면서 파워를 잃은 부분 이상으로 짜임새와 탄력이 좋아졌다.

벤치의 목표는 일단 4강이다.

◇LG의 예상투수진

=보직=투수=

=선발=*만자니오 *이승호 안병원 최원호 경헌호 (이동현)=

=중간=전승남 *최창호 *방동민 김태석 이광우=

=마무리=신윤호 (이동현)=

*는 왼손

※키플레이어

◆이동현=김성근 감독이 직접 찍었다. 올해 LG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겁없는 열아홉살.' 전훈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가장 싱싱한 볼끝을 뽐냈다. 구위가 믿음직하기 때문에 도리어 보직이 유동적. 마무리 신윤호가 개막 초반부터 정상가동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선발 혹은 마무리로 돌려쓰여질 '조커'다. 안정감있는 선발로도, 강력한 마무리로도 고루 기대를 얻고 있어 순발력있는 마운드 운영을 특징으로 하는 '김성근식 야구'의 보배 대접을 받을 전망.